▲수많은 택시길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택시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택시를 예약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지만 어르신들은 한없이 어려운 고난의 길이기도 하다. 사회적인 약자를 보살필 수 있는 분위기 확산이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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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할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버스예약 방법을 검색했다. 더듬거리며 휴대폰에 앱을 내려받았지만 카드를 또 등록해야 했다. 카드 번호를 등록하고 내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는데 안전할까? 보이스피싱이 떠올라 의심할 수밖에 없었지만, 조심스럽게 카드 등록을 했고 결국 차표를 예매했다.
이후로 호기롭게 버스에 오르며 핸드폰을 들이미는 늙어가는 청춘, 나는 신세대가 된 기분이었다. 아내도 어디가서 어설픈 모습을 보일까 싶어서, 집에 와서 아내에게 앱을 받아주고 예매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나보다 먼저 서울 나들이를 했던 아내는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젊은이에 뒤지지 않게 표를 예매하고 버스를 탄 것이다. 그런데 시외버스까지는 해결이 되었는데 택시를 탈 수 없었단다. 시내버스에 잘못 승차했고, 중간에서 내려 택시를 기다리다 결국엔 걸어와야 했단다. 다른 이에게 묻기도 쑥스러워 아는 척을 해야 했고, 결국엔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고.
술 기운을 빌어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나중에 아이들한테 얼핏 들은 소리를 기억하며 어플을 검색했다. 겨우겨우 앱을 받아 택시를 예약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여기에 시내버스 노선을 검색하는 앱도 있다.
아이들한테 배웠으면 쉬웠을 테지만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다. 더듬거리며 택시 예약 앱과 버스 노선 검색 앱을 내려받았고 카드 등록을 했다. 시내버스 노선 검색과 택시 예약 방법을 수 없이 연습했다. 의심과 서러움을 떨치고 싶어 택시를 타보기로 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나가 친구들과 어울려 소주를 한잔했다. 소주 기운을 빌어 택시 예약을 했다. 기다리고 있으니 순식간에 예약한 택시가 다가왔다. 휴대전화에 표시된 번호를 확인하고 택시에 오르니 왜인지 신기하기만 했다.
'나도 할 수 있구나'란 생각에 뿌듯함이 가득하다. 내릴 때가 되니 예상 금액까지 알려주며 도착지에선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것이 아닌가? 신기한 세상이었다. 아내에게 알려줘야 했다. 아내는 혼자서 버스는 예약할 수 있으니, 택시만 탈 수 있으면 될 것 아닌가 싶어서다.
이젠 익숙해진 시내버스를 이용해 시내를 나선다. 주차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덜기 위해서다.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근처에서 어르신들이 택시를 기다리신다. 기웃거리며 택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 더러는 빈 택시가 와서 다행이지만 사람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어림도 없다.
온통 택시에 붙은 '예약'이라는 붉은 글씨가 마치 대단한 완장처럼 보인다. 예약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어르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건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르신을 외면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아쉽기만 하다.
지난해 4월,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이 계획돼 있던 날 아침. 오래전엔 전화로 택시를 불러야 했지만, 세월이 변해 이제는 휴대폰으로 택시 예약을 한다. 아파트 입구에서 예약한 택시가 어느 순간에 모퉁이를 돌아오고 있었다. 얼른 택시번호를 확인하고 택시에 오르자 순식간에 도착지에 도착해 내려준다. 신기한 세상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