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콘티에서 "다양한 언어로 부산으로 초대하는 부산 시민들의 모습"으로 설명된 장면이 실제 영상에서는 빠져 있습니다. 그 대신에 들어간 장면이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엑스포를 홍보하는 4초 분량의 영상입니다.
"사용 소스는 검토 후 선정하였으나, 유치지원단의 최종 의견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로 짐작해 보았을 때, 결국 최종 PT 영상의 내용을 정하는 회의에서 특정한 영상 소스를 넣고 빼라는 유치지원단 측의 의견 개진이 있었고 이에 따라 전체적인 영상의 내용들이 결정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홍보 전문가가 아닌 이상 HS애드의 기획안이 엑스포 유치전이라는 목적에 걸맞게 짜여진 내용이었는지 판단하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콘티의 내용과 실제 영상 중 어느 쪽이 더 짜임새가 있는지, 부산의 매력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 비교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광고사에서 제시한 콘티 보다, 유치위원회 측의 피드백이 반영된 결과물 쪽의 퀄리티가 낮다는 것은 결국 유치위원회의 실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줍니다.
5000억 원 넘는 예산을 쓰면서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는 정부가 기본적인 프리젠테이션 영상마저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애초에 엑스포를 개최할 만한 능력이 있는 정부였는지 되묻는 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잼버리 참사'를 생각해 보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비아냥에, 한국 정부 스스로가 한국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 맨날 케이팝 스타들에게만 의존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여론이 들끓자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활동 전반을 수행했던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www.expo2030busan.kr)와 SNS 등을 황급히 폐쇄하였습니다. 유치위원회가 국무총리 산하의 민관 합동 기구로, 산업부 소속의 유치지원단을 꾸려 예산을 배정받아 활동한 공식기구였음에도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웹사이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입니다. 일단 시민들의 비판을 피하고 보자는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잼버리 참사'와 '엑스포 사태'는 그동안 메가 이벤트에 목매던 정부의 전략이 얼마나 대책 없는 것이었는지를 드러내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보다, 흔적을 지우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더 눈에 띄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국민들이 부끄러워할 일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마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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