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노동자공대위 노동자들이 지난 2021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열린 오세훈표 반시민·반노동 예산 반대 민간위탁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사용자의 입장은 어떨까요. 다소 모순적입니다. 비정규직 운동을 하는 노동단체이면서도, 정작 조직 내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호봉 책정 등 근로조건 개선에는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제기에 사용자들은 종종 "권한이 없다"고 답합니다. 시의 통제를 받는 원·하청으로 나뉜 조건이라 사용자들도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같은 기관에서 이동노동자 지원 업무를 하는 C의 호소도 떠오릅니다. 그는 "외부에 나가서 말할 때는 비정규직 권리 보호나 차별 시정을 읊조리지만, 정작 내부에선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직군을 갈라 불평등한 처우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기관 설립 초기에는 직군에 따라 휴가 일수도 달랐습니다.
노동을 위계화해 근로조건에 차등을 두면서도 기관 대표인 사용자는 직원들을 '동지'로 칭했습니다. 또 직원들에게 전체메일을 보내 "서울시를 상대로 노사가 다 '을'이니 우리끼리 힘겨뤄서 얻을 게 없다"라거나 "통상의 노사관계와는 다른 대안적 노사관계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사용자는 때로 직원들을 '동지'라고 부르며, 사용자·노동자 관계를 부정하려 합니다. 전체 직원을 모두 '동지'로 칭하는 건 아니고, 선택적으로 '동지'라는 호칭을 씁니다. 동지로 호명되지 않는 직원들과 동지인 사람들의 차이는 무얼까 종종 생각해 봅니다. 적어도 나는 그 '동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사용자는 필요할 땐 '뜻을 같이한다'는 의미의 동등한 동지로 직원들을 호명합니다. 하지만 임금이나 근로조건 등을 말할 때는 사용자로서의 본모습을 보여주려는 듯 좀 전까지 동지로 칭한 이들을 노동자로 대하며 대립각을 세웁니다. 지난해 시의회에서 수탁기관의 운영 예산을 삭감하자 사용자가 나서서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에 자발적으로 동의해야 한다"며 취업규칙을 변경하려 한 일도 있습니다.
물론 운영자로서 애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수십억 원 예산이 투입되는 민간위탁기관 운영권을 두고 3년마다 시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처지니, 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위치지요. 그렇게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할 때마다 원·하청 구조적 한계를 언급하며 피합니다.
그러나 하청 기관 사용자라도 권력의 크기가 개별 노동자와 같다고 할 순 없습니다. 제한적이더라도 사용자들은 많은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노동자들은 이런 원·하청 구조 속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올해도 하청 사용자들과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사 양측 입장 차이가 커 교섭은 결렬됐습니다.
"사용자들은 외부에선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구조나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나 자신들이 운영하는 민간위탁기관에선 정작 원청 눈치를 살피느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원·하청 구조의 한계도 이해되지만, 노동을 대하는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볼 때마다 실망이 큽니다."
C의 호소입니다. 물론 자신이 선 자리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노동운동가로서 노동인권의 가치를 외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발 디딘 현실에서 민주적이고 평등한 일터를 일구는 게 보다 실천적 의미가 있는 일 아닐까요. "우리는 모두 을"이라거나 "동지"라는 말로, 현실에 존재하는 사용자·노동자 간 다양한 긴장과 적대를 눙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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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때만 '동지'...이런 관계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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