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의를 입은 두 전직 대통령. 오른쪽부터 전두환, 노태우씨.
국가 기록원
1945년 해방둥이인 나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제19대 문재인 대통령까지 열두 명의 대통령과 내각책임제 장면 총리 시절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살았다. 그리고 현재는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시대를 살고 있다. 나는 작가로서 이승만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 시절까지 그들의 일생을 조명하면서 <대한민국 대통령 - 그 빛과 그림자>(2023)라는 책을 냈다. 원고를 쓰면서 불현듯 염려가 일었다. '후세에 자랑스러운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분이 몇 분이나 될는가' 하는 걱정이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부정선거로 어린 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서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난 이, 권력 최 측근 부하의 총탄으로 비명에 세상을 떠난 이, 총구가 두려워 제 발로 임기 도중에 스스로 알아서 물러난 이, 부당하게 권력을 잡아 퇴임 후 부정축재 혐의로 푸른 수의를 입고 교도소에 간 이, 퇴임 후 고향 집 뒷산으로 올라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이, 짧은 헌정사에 제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탄핵 당해 물러난 이, 가족의 비리 혐의로 대국민사과를 한 이 등을 봐왔다.
도긴개긴
전임 대통령들의 이런 뒷모습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정부 형태에서 현행 대통령제가 올바른 제도인지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냉철하게 숙고해 볼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70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내가 배우고 전해 듣기로는 1948년 제헌헌법 초안에는 내각제였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미국의 전폭 지지를 받고 있었던 이승만의 반대가 있었고, 국회 상정 전날 대통령제로 수정됐다고 한다. 그렇게 한동안 대통령제를 고수해오다가 1960년 4월 혁명 후 약 9개월간 내각책임제를 채택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내각책임제 정부 형태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그 이후 내각책임제는 정국의 혼란을 도모한다는 폐단 여론으로 부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통령제 70여 년을 넘긴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제 등 다른 정부 형태를 시도해봄 직도 하다.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전날이었다. 마침 그날 나는 원주 중앙시장의 한 가게에 갔더니 평소 낯익은 주인이 허물없이 물었다.
"선생님! 투표할 후보 정하셨나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흔든 후,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투표할 분을 정하셨습니까?"
그도 나처럼 고개를 흔든 뒤 혼잣말처럼 뱉었다.
"여야 두 후보가 '도긴개긴'으로, 도무지 찍을 사람이 없어요."
그 가게주인의 다음 말은 차마 이 기사에 옮기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