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9월 26일 서비스 중단을 앞둔 '팩트체크' 코너. 네이버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SNU팩트체크센터와 제휴해 팩트체크 코너를 운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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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팩트체크센터를 통해 생산된 기사는 보수-진보 같은 진영논리의 영향도 받지 않았다. 팩트체크 기사의 모범사례를 뽑는 SNU 팩트체크 우수상에는 MBC도, TV조선도 사이좋게 이름을 올려왔다.
이런 한국의 팩트체크 보도 스타일은 SNU팩트체크센터를 매개로 다수 언론사가 참여하는 'K-팩트체크 모델'로 다른 국가나 문화권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독창적 사례로 평가할 만한다. 여기에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의 지원이 이뤄지는 것인데, 이는 메타(Meta) 등이 여러 팩트체크 기구를 지원하는 세계적 추세와 동일하다. 네이버가 팩트체크 보도를 지원하는 게 유별난 일이 아니란 이야기다.
K-팩트체크 모델의 난항은 현재 국제적으로도 지탄을 받고 있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의 디렉터 엔지 홀란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팩트체크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세계적 추세이며, 한국도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진단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SNU팩트체크센터에 기사를 올리는 팩트체커들은 "허위정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회 문제로 떠오른 최근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이 질 높은 정보를 유통시키는 것은 사회적 책무이자 세계적 추세다. (중략) 네이버의 일방적인 팩트체크 종료는 공익을 위해 언론사와 플랫폼이 함께 만들어 온 사회적 산물을 파괴"한 것이라며 중지의 이유를 밝히라고 촉구한 상태다.
네이버는 표면적으론 '다른 서비스 띄우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실상은 정부의 강한 정책 드라이브에 눈치를 보는 것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기자협회보>에 실린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의 "포털은 지금 바람보다 빠르게 눕고, 바람보다 더 낮은 자세로 기어가고 있다"는 평가는 눈여겨 볼 만하다.
다시 말해 정부의 '언론 손보기'에 한국 언론 기사의 가장 큰 유통 창구인 포털이 자율적인 결정을 내리기보다 '소나기를 피하자'는 성격의 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방통위가 희망하는 대로 이미 언론중재위원회 등 관계기관 심의상태나 결과에 대한 안내 위치를 최상단에 강조해 노출하는 방식으로 뉴스 서비스를 개편했다.
민주주의 국가 중 정부기관이 가짜뉴스 여부를 판단하는 나라가 존재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팩트체크의 가치, 가짜뉴스의 해악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팩트를 확인하고 가짜를 규정하는 주체와 이 과정의 설정은 더욱 중요한 영역이다. 자칫 정부가 국민의 사고를 지배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오만한 오지랖을 떠는 순간 민주주의는 그들 스스로가 문제라고 하는 '전체주의'로 진입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