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수 작가와 이원갑 선생님아이들의 사전 질문지에 이원갑 선생님이 답변하고 있다.
안사을
"이번에는 다시 이옥수 작가님께 질문하겠습니다. <내 사랑 사북>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말씀하고 싶었던 바는 무엇인가요?"
"당연히 사북에서 일어났던 부당한 일에 대해 청소년 소설을 쓰는 저의 방식으로 세상에 드러내고 싶었고요... (잠시 침묵) 지금 여러분에게 세 가지를 당부하고 싶어요. 첫 번째는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이 대목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터졌다. 이옥수 작가는 모르시겠지만, 우리 학교의 교육 목표가 바로 '나를 사랑하고'라는 대목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말씀이 이어졌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절대 남을 사랑할 수 없어요. 인권이란 게 다른 게 아니에요. 나의 권리를 나 스스로 사랑하고 지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요. 그리고 너의 인권을 지켜줘야 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의 인권을 지켜줘야 해요. 꼭 이것을 명심했으면 좋겠어요. 또한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잘 나갈 수 있는 자리라 하더라도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라면 하면 안 돼요. 그건 올바르지 않아요."
모두의 고개가 주억거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언제나 듣던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날 저녁 우리가 함께 있었던 그 자리에서 이옥수 작가님의 입으로 듣는 말은 매우 새롭고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교사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 온 내용과 다르지 않은 방향성에 위로받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원갑 선생님께 여쭙습니다. 끔찍한 어려움을 많이 당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사북 이야기를 하실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당시 탄광 노동자들은 힘없는 사람, 못 배운 사람, 배경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광부들에게 공무원 월급의 두세 배를 줬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의미가 없는 말입니다. 우리를 시도 때도 없이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회사 사람입니다. 회사 욕을 하다가 걸리면 임금의 3할을 감봉당했습니다. 또 걸리면 그 감봉된 것에서 3할을 또 감봉했습니다. 그런 현실에 분개해서 봉기를 했던 것인데, 법정에 다녀오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원래 회사뿐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도 광부로 써주질 않습니다. 결국은 다른 지역으로 가서도 광부 일을 하지 못하고 일용직으로 전전하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 자식들을 제대로 교육을 시킬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 노동자들은 그렇게 역시 자식들 또한 못 배운 사람으로 키웠고 똑같은 일용 노동자로 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천추의 한이 되어 이렇게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신의 일이면 참을 수 있습니다. 자식들이 불이익을 받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참을 수 없는 것입니다."
역시 장내는 숙연해졌다. 기사나 영상으로만 접했던 이원갑 선생님은 과거의 사람이었고 나와는 다른 문제에 대해 투쟁하는 타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니, 그는 더불어 살아가는 이 사회의 한 일원이었고 현재를 살아가는 아버지였다.
실내에서 자는 첫날, 아이들은 12시를 기점으로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아침 점호인 7시에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모두 문밖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눈인사를 했다. 함께 만들어 낸 과정 속에서 직접 움직여야 하며 진지한 배움과 체험이 있는 여정 속에서, 일탈과 비행은 없었다. 모두가 프로그램의 주인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혹여 아이들에게 편협한 시각으로 그릇된 계기 교육을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절대 아이들에게 만들어진 자료를 주입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과 검증된 사료를 제공하고 치열하게 토론할 뿐이다. 사측의 견해를 대변하는 아이들도 심심찮게 나온다. 사장이 되고 싶지, 노동자가 되고 싶은 학생은 드물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거시적 목표와 미시적 목표가 어우러진 길고 복합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마치 삶을 경험하듯 배울 수 있는 과정 말이다. 학생들이 그 속에서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다양한 계층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라게 되는 것이야말로 본 융합 수업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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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인 '고산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필름카메라를 주력기로 사용하며 학생들과의 소통 이야기 및 소소한 여행기를 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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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을 떠나지 못한 여든 넷의 투사... 아이들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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