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앞산 풍경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앞산 풍경이다. 안개가 내려왔고 햇살이 찾아왔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도 참고 이겨내는 현명한 삶이 필요하다.
박희종
지역주민들의 텃세와 낯선 사람들과의 적응이 어려워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다. 전원주택을 지으려다 모든 것이 어려워 포기하고 말았단다. 동네에 대형 트럭이 오가는 것도 쉽지 않고, 현지인들과 마찰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 전원살이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 이곳저곳의 새로운 전원주택을 보러 다니는 중이란다. 더러는 현지인들이 텃세를 부리기도 하고, 동네에 발전기금을 강요하기도 한다. 현지인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운 이유이다.
현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전원살이는 즐거움을 주지만 어려움도 많다. 특히, 현지 사람들과 같이 어우러지며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와야 하지만, 집을 처분하기도 만만치 않다.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하는 현지인들의 하루, 이웃은 동해안을 다녀왔다 한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울긋불긋한 옷차람에 헬맷을 쓰고 골짜기를 누빈다. 논일을 하는 이웃이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 것일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시골에서 함께 살아가기는 너무 어렵다.
오래전부터 색소폰 동호회를 맞아 일을 하고 있다. 순수한 동호회라 공동회비를 내어 운영한다. 누가 주인도 아니고 모두가 주인인 동호회다. 하지만, 새로운 회원이 들어오면 회비 외에 입회비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언제나 입회비를 고민하게 되는데, 다행히 회비 여유가 있어 입회비를 생략하고 있다.
현지인들과 입장이 비슷한 기존 회원들 측면에서 보면 생각이 다르다. 기존 회원들이 회비를 내고 아껴서 각종 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신입 회원들은 기존 회원들이 설치해 놓은 장비를 이용하게 된다.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기존회원들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입회비를 따로 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시골동네로 이사를 왔다면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일이다.
현지인들이 자금과 지혜를 모아 동네를 가꾸어 왔고, 동네의 모든 일을 꾸려왔다. 시골로 이사 온 사람이 현지인들이 가꾸고 닦아온 모든 혜택을 받게 된다. 현지인들 입장에선 발전기금을 요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현지인들과 많이 떨어진 곳에 위치해 살아가기에 발전기금도 문제없었고, 이웃들과 어울리며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방해되지 않는 나의 삶을 살아가지만 시골에선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어려움이다.
현명한 시골살이 방법은 없을까?
지나는 길에 외면하고 걸어가는 모습, 인사를 해야 할까 말까 망설이게 한다. 마음속까지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인사도 하지 않으려 할까? 시골살이는 일거수일투족이 드러나는 삶이다. 항상 조심한다고 하지만 현지인들이 보기에는 거슬리는 삶일 수 있다. 농사철에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뛰어다니는 모습은 어떻게 비추어질까? 친구들을 불러 삼겹살을 굽는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나름대로 조심하면서 그들의 입장을 살펴봐야 한다. 현지인들과 잘 어울리되 나의 삶을 누릴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들의 삶은 어떠하고 나의 삶은 어떤 것인가? 시골살이는 언제나 현지인들의 입장을 생각해 봐야 한다. 시골살이를 시작하면서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늘 반갑게 인사한다. 가능하면 다가가려 하고, 말 한마디라도 건네보려 한다. 농사가 잘 되지 않았으면 위로의 전화도 잊지 않고, 동네의 대소사에 관심을 가지려 한다. 이웃 사람과는 부담 없이 지내려 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은 골짜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하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