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4일, 16개월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린 서울남부지법앞에서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이 '사형' 등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권우성
하지만 여론은 사형제 존치론이 우세하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사형을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2003년 52.3%였다가 오원춘 사건 등이 발생한 2012년 다시 79%로 나타났다. 2022년 조사도 69%가 사형제 유지 의견이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도 사형제 폐지 찬성은 20.3%(당장 폐지 8.8%, 향후 폐지 15.9%)인 반면 사형제 유지는 59.8%나 됐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19.9%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사형 대체 형벌(감형 없는 종신형) 마련을 전제로 한 사형제 폐지는 66.9%가 찬성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최근 연합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형 집행 재개에 대해 찬성(74.3%)이 반대(22.6%)보다 월등하게 높게 나왔다. 이런 추세로 볼 때 드라마에서처럼 전 국민에게 흉악 살인범의 사형 집행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면 찬성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살인에는 그에 상응하여 최대한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것, 그것이 피해자와 유족을 위하는 길이고 정의의 실현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리라.
살인범 때문에 두 딸을 잃은 어느 아버지는 법정에서 재판장에게 이렇게 호소했다(어느 판결문에 실제로 소개된 사연이다).
"(살인범에게) 사형을 선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형을 해야만 사회에 나올 수 없습니다. 제가, 피고인 죽이라는 소리 아니에요. … 무기징역을 받는다고 해도, 피고인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오려고 아마 성실하게 생활할 겁니다. 살인자는 살인자일 뿐입니다."
살인 피해자 유족의 입장을 잘 드러내는 표현이다(현행법상 무기징역이 확정되어도 출소할 길은 열려 있다. 무기수가 수감생활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살인죄로 무기형을 선고받은 20대 무기수가 40대에 출소하는 일도 가능하다).
사형제 '존폐 논쟁' 대신 제도 보완이 필요
현재 사형판결이 확정돼 복역 중인 사형수는 총 59명(군 교도소 4명 포함). 이들에 대해 지금 바로 사형 집행을 한다고 해도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 하지만 25년간 중단된 사형 집행을 재개하는 것이 타당한지, 시대에 역행하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정치적 이유로 사형판결을 받았던 '사형수' 출신 대통령이 사형 집행을 중단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사형 존폐 논쟁 중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국민의 '법감정'은 강한 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여, 여론을 의식하여 '사형 집행' 카드를 꺼내 드는 자극적인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 지금인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범죄 원인 규명과 사전 예방 정책, 피해자(유족) 보호 지원 정책, 일상에서 발생하는 흉악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사형제를 두고 단순한 찬반 양론의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섰으면 한다. 존폐를 떠나서 현재의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외국의 사례와 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참고할 만하다.
예컨대,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사형제 대신 감형·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비롯하여 ▲사형의 집행유예 도입(사형선고 이후 일정기간 개선 효과를 재평가하여 무기형으로 전환) ▲법정형 사형 규정 최소화(현재는 인명 살상 범죄 외에도 내란, 국가보안법 등에도 사형이 있음) ▲사형 선고 시 법관의 전원일치 요구 ▲오판 가능성에 대비, 재심 구제 확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 사법부가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국민사형투표'를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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