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상 위에는 200여 개의 태양광 패널이 있고(왼쪽), 땅 속으로 수 백개의 파이프를 넣어 지하의 열을 이용해 냉난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더 바런
이곳을 소개한 엘렌 마센(Ellen Maassen)더 바런의 대표는 "사회주택을 하려면 법적으로 대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표라고 소개하지만, 조합원 대부분이 한 가지 이상의 역할을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거실 칠판에 적힌 내용이 궁금해 물어보니 "운영 경비 중 남은 돈을 어떻게 쓸지를 논의한 결과"라고 했다.
친환경 협동조합 사회주택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벽면 녹지 조성에도 신경을 썼다. 이곳 이웃 주민들은 벌써 벌이 더 많아진 것 같다면서 반기고 있다고 한다. 벌을 보기 어려운 서울과 달리, 암스테르담에서는 종종 벌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노력들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조합원들의 실험적 정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있기에 생태적 한계선 안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일은 계속 진화해 갈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7년 안에 교통 분야 탄소중립 가능한 도시
도시의 탄소중립에서는 특히 수송과 건물 분야가 중요하다고 얘기되지만 실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교통 체계가 자리잡은 도시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암스테르담은 교통분야의 탄소중립 목표를 무려 2030년으로 잡았다. 과연 앞으로 7년 안에 탄소중립이 가능할까? 수단분담률 30%인 자전거가 발판이 되고 트램과 전기저상버스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기준으로 암스테르담 온실가스 배출량의 9%가 수송 분야에서 나온다. 2021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는 14% 정도, 지역별로는 30~50% 가까이의 온실가스가 수송 분야에서 배출되는 한국과 비교하면(산업 부분 제외) 이미 암스테르담의 교통 분야 에너지 전환이 앞서 있기 때문에 배출 비중이 상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램은 2017년에 풍력으로 생산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으로 바꾸었고, 버스는 2025년까지 모두 재생애너지원인 전기버스로 바꿀 예정이다. 경유버스를 전기버스로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 대중교통의 탄소중립 계획이 이미 2016년에 나왔으니 버스의 경우에도 10년만에 이 야심찬 계획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교통을 제외하면 코로나로 늘어난 배달 및 화물 분야와 일반 차량의 탄소중립도 중요하다. 암스테르담은 2021년에만 전기차 충전소가 373개나 늘어 유럽에서 전기차 충전소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통행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은 6%나 증가한 수준으로, 암스테르담 시는 승용차 대신에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이동 수단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시내에 있던 차량 주차장 1300여 개를 없앴다. 시 외곽으로 주차장을 옮기거나 아예 없애버리고 그 공간을 자전거 도로나 도보 공간을 위해 내어주었다. 또, 카고 바이크를 비롯한 공유 자전거 설치, 특정 지역에는 내연기관차 진입 제한, 자전거 촉진 지역 확대 등을 통해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교통 분야의 전환은 암스테르담을 방문한 사람들도 쉽게 느낄 수 있다. 거리 통행의 대부분을 트램과 자전거가 차지하고 있는데, 트램과 버스는 저상이라서 휠체어나 유아차 접근이 쉬운 편이다. 자전거 도로에선 카고 바이크로 짐을 나르거나, 아이를 동반한 양육자, 각자의 자전거를 타고도 손을 잡고 가는 연인 등 다양한 자전거 이용자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처럼 자전거가 레저용이 아니라 실제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은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