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시선
나유리
2022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프리미엄 시리즈 '맥주실록'은 이렇게 시작됐다. 처음 연재를 제안받았을 때 솔직히 조금 놀랐다.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의 기사라고 모두 채택하지 않는다. 송고된 기사는 세상에 내보낼 가치가 있는지 평가와 검토를 받은 후, 잉걸, 오름, 으뜸으로 분류되어 온라인 지면에 실린다. 프리미엄 시리즈에 올라가는 글은 검증된 기사라는 의미였다. 당연히 설렐 수밖에. 고민할 거리도 없었다.
우선 매주 한 편씩, 25~30주 분량을 기획했다. 일주일에 4000~5000자 분량의 맥주 글이라... 글 쓰는 건 좋아하지만 게으른 나에게 일종의 도전이었다. 하지만 때론 압박감은 좋은 동기가 되곤 한다.
브루펍 대표, 맥주 양조사, 맥주 강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시리즈 제목은 '맥주실록'으로 정했다. 맥주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들이 인문학이라는 큰 줄기를 타고 실록처럼 이어지기를 바랐다.
어떤 맥주들을 선정할지 가장 고민됐다. 맥주와 연결된 사연이 독자들에게 재미와 가치를 전달해야 했다. 국내에서 마실 수 있는 맥주인지도 관건이었다. 경험할 수 없는 맥주는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맥주 스타일도 고른 배분이 필요했다. 역사, 도시, 예술, 경영, 문화로 큰 주제를 분류한 후, 30~40개의 후보를 선택했다.
첫 글의 주인공은 가장 잘 아는 맥주로 하기로 했다. 살면서 가장 많이 마셔본 맥주, 제일 좋아하는 맥주 그리고 세상에 알릴 만한 사연과 가치가 있는 맥주여야 했다. 나에게 이런 맥주는 최초의 황금색 라거, 필스너 우르켈이었다. 너무나 잘 아는 맥주여서 금방 쓸 줄 알았던 첫 글은 이틀 밤을 꼬박 새우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하는 밤샘 글쓰기였지만 놀랍게도 정신이 말짱했다. 긴장과 설렘이 만든 각성효과였다.
2022년 8월 13일 첫 기사가 오마이뉴스 메인에 올랐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다. 30개를 기획했던 기사는 2023년 9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맥주의 시선>은 '맥주실록'에 실린 34개의 글을 활자화 한 책이다.
어색한 문장을 수정하고 부족한 정보를 보완해 더 매끄럽고 보기 쉽게 정리했다. 챕터는 '전통을 잇는 수호자들', '격동의 역사, 고고한 맥주', '개척과 도전의 바닷속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발자취', '도시, 맥주 속으로 노을 지다', '문화와 함께 춤을'로 총 6개로 구성됐다.
<맥주의 시선>으로 바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