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는 서점에서 엄마의 '범죄'를 목격하고 만다.
주니어김영사
그러던 어느 날, 민재는 '범죄' 현장을 목격했다. 하필이면 서점에서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은 엄마였다. 그때부터 민재는 신나기만 하던 몬스터 게임이 재미없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이 으하하하 웃어도 혼자만 심각했다. 민재는 스스로 인생의 목표를 바꾸었다. 스마트폰 사는 것에서 엄마를 구하는 것으로.
어른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울고 싶다. 나는 독서모임 하러 이웃 도시에 가다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적 있다. 독서모임 동료들은 처음 간 음식점, 처음 걷는 거리, 처음 방문한 공간의 사진을 찍어서 실시간으로 단체방에 올렸다. 스마트폰이 없는 나는 동료들과 같이 맛있게 먹고 의미 있는 책 이야기를 나눠도 깜깜한 데 혼자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잃어버린 스마트폰은 몇 시간 만에 찾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아도, 스마트폰이 없어서 물건값을 결제할 수 없고, 연락 안 돼도 걱정하지 말라는 안부를 식구들에게 전할 수 없고, 일 때문에 걸려온 전화도 받지 못했다. 그때의 암담한 경험은 세게 넘어져서 꿰맨 무릎의 슬개골 같았다. 자꾸 만지작거렸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도 스마트폰 때문에 흉터가 생겼겠지. 단체방에 올라온 학급의 공지사항을 혼자만 모르고. 축구 골대 뒤 화단에서 발견한 콩 벌레 사진을 찍지 못하고, 이사 간 친구네 집에 갔다가 돌아올 때는 버스 노선을 검색할 수 없어서 1시간 넘게 걸어와야 했다. 사실 스마트폰은 언제나 어디서나 필요했다.
스마트폰 vs 책, 당신의 선택은?
부산에 사는 이동건 어린이와 이시영 어린이는 <범인은 바로 책이야>를 읽고 나한테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물었다. "결국 민재는 스마트폰을 갖게 되었을까요?" 연필로 힘주어 쓴 손편지는 카톡도 없고 인스타그램 DM도 없던 수십 년 전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때 나도 시영 어린이처럼 편지를 평범하게 접지 않았다. 손바닥 만한 크기로 아귀가 딱 맞게 접었다. 편지를 펼칠 때는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