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캠핑의 분위기… 그러나 현실은
권유정
그러나 현실의 캠핑이란, 낭만은 짧고 고생은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 수업을 계속하는 데에는, 학생들이 원한다는 이유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캠핑은 끊임없는 협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회성과 대인관계에 취약점을 가진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활동이 된다. 유튜브 속 캠핑 전문가들이야 혼자서도 척척 타프, 텐트를 친다지만 우리 같은 아마추어들에게는 반드시 함께 하는 일손들이 필요하다.
커다란 텐트를 함께 맞잡고, 펼치고, 세우고, 정리하는 모든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살피고, 협동을 위해 소통하고, 상대와 호흡을 맞추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을 배운다.
물론 쉽지는 않다. 비장애 대학생들도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팀플' 아니던가. 나 역시 대학 시절 팀플이 있는 과목은 최대한 피해 다녔다. 혼자 하는 것보다 몇 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과제뿐 아니라 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 될 수 있으면 기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허나 결국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원만한 대인관계는 행복한 삶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협동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지만 앞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사회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배워야 하는 기술이다. 나의 역할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고, 누가 일일이 시키지 않아도 상황을 살펴 자신이 할 일을 찾고,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하고,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도와주기도 하고, 나의 감정과 생각을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타인의 의견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인간관계의 이해'를 교과목 중 하나로도 가르치지만 학습이 단순히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삶에서 적용되게 하려면 실제 상황 속에서 연습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캠핑에서 요구하는 기술들은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적 능력을 바탕으로 한다. 발달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은 인지적인 능력 이외에도 소근육 사용, 공간 및 모양지각, 절차적 기억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다. 비장애인들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기술에도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타프, 텐트, 의자, 테이블 등 여러 캠핑용품들을 설치하고 정리하며 아이들은 생활에 필요한 기본 기술들을 연습하게 된다. 그리고 기본생활기술은 결국 직업생활에서 수행하게 될 직무 기능의 바탕이 된다. 기능습득에는 꾸준한 반복연습이 필요하고, 캠핑은 이를 위한 아주 좋은 활동 중 하나이다.
또한 여행, 스포츠 활동 같은 버킷리스트들이 한두 달의 준비와 실행으로 시작하고 종료되는 것과 달리 캠핑은 한 학기 이상 틈틈이 진행할 수 있는 활동이 많다. 주 1회, 4시간씩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날씨, 계절 등의 이유로 각 버킷리스트 사이사이 생기는 공백들을 알차게 채워줄 수 있는 활동이 캠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