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이영광
2008년 4월 MBC < PD수첩 >에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이하 광우병)' 편이 방송된 후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렸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급락했고 결국 정부는 미국과 재협상 통해 30개월 미만 소 수입하기로 했다.
해당 보도 때문이었을까? 이명박 정부는 YTN을 시작으로 방송장악에 나섰고 < PD수첩 > 해당 편 제작진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진행하는 등 괴롭혔다. 그 중심에 당시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등을 역임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 특보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 말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방송 장악 원흉인 이동관 특보를 새 방송통신위원장에 지명했다. < PD수첩 > '광우병' 편의 CP(책임 프로듀서)였던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은 이동관 지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지난 8일 서울 용산역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조 전 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5월 말부터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방송통신 위원장 될 거라는 보도가 있었고 결국 7월 말에 지명됐잖아요. 직간접적으로 PD님과 연관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동관 후보자는 제가 < PD수첩 > CP할 때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이었고요. 저희가 기소돼서 재판받을 때는 홍보수석을 했죠. 그런데 국정농단 비리 수사 중에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실과 관련된 국정원 문건이 많이 나왔어요. 심지어는 이동관도 처벌받아야 하는데 공소시효가 만료되어서 안 됐다는 기사도 있지요.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관의 죄상을 파악했음에도 독임제 정부 부처의 수장이 아니라 합의제 위원회 조직인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다는 거잖아요. 이러니 방송계나 언론계 있는 사람들은 물론 국민들의 반대 의견이 거센 것이죠.
근데 저는 어떻게 되든 임명이 강행될 거라고 봐요. 윤석열 대통령의 사람 쓰는 방법이 그런 것 같아요. 과거 MBC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었는데, 적폐 사장들은 보직자들에게 충성을 받기 위해 하자가 있는 사람들을 많이 썼어요. 우리가 나중에 경영진이 되어 살펴보니까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었더라고요. 특히 성추행 성희롱한 사람들도 기용되었는데, 어느 뉴스 조작에 관여한 보직자를 살펴보니 업체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더라고요. 적폐 사장들은 후배들에게 인정 못 받는 사람들에게 보직을 주면 충성 다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을 다시 기용하는 것은 방송장악이나 언론 장악 이런 걸 해본 사람이랍시고 기술자를 갖다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공소시효 끝나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어요.
"공소시효가 지났다 하더라도 한 짓은 남아 있고 그것을 자기들은 알잖아요. 근데 그런 사람은 또 쓴다? 그거 다시 하라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잘 못할 겁니다. 본인도 걱정될걸요?"
- 국민의힘은 <PD수첩> '광우병' 편을 가짜뉴스의 대명사처럼 얘기하는 것 같아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얘기할 때 예를 많이 들고 있어요.
"정부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면 가짜뉴스라고 하죠. 그러면 왜 그것이 가짜인지 근거를 대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근거가 또 가짜뉴스이니 국민이 현혹되는 것이지요. 지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서 괴담이라고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와 광우병에는 비슷한 점이 있어요. 정권에 따라 말을 바꾼다는 것이죠. 광우병에 대한 조중동 태도나, 지금 국힘당 핵심 인사들의 오염수에 대한 태도가 똑같아요. 문재인 정부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NO재팬 운동이 확산할 때도 있었지만 국힘에서 대부분 일본 오염수 해양 방출을 반대했잖아요. 그런데 정권 바뀌니까 오염수가 괴담이래요."
-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건 지금 15년 지났는데 광우병 걸린 사람이 없지 않냐는 건데.
"그래서 괴담이라고요? 그렇다면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하자는 대로 늙은 소도 수입해 먹고 있었어야 한다는 것인가요? 촛불시위로 30개월 미만으로 바꾸었는데 그 뒤로 계속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나오고 있잖아요. 다행히 다 30개월 넘은 늙은 소에서만 광우병이 나왔어요. 심지어는 올해 5월에도 광우병 소가 또 발견되었거든요. 그때 촛불시위 아니었으면 지금도 계속 늙은 소고기를 먹고 있었을 텐데, 괴담은 무슨 괴담이란 것이지요?"
- 이명박 정부에서 어떻게 방송 장악이 이뤄졌는지 2017년 국정원 문건 통해 드러났잖아요. 그거 보곤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국정원 사찰 문건을 보면, 저와 < PD수첩 > 제작진들을 '좌파 성향의 특집을 줄곧 제작해 온 탈레반 PD'로 묘사하고 있더군요. 탈레반이 압박과 회유가 안 통하는 원칙주의자라는 뜻이라면 그렇게 묘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국정원 문건의 핵심은 그런 사찰을 통해서 만든 대책 문건입니다. 문건은 상당 부분 그대로 실행되었어요. 기가 막히는 것은 < PD수첩 > PD 전면 교체는 그렇다 치고, 프리랜서 작가까지 모두 교체한다는 전략이 쓰여 있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어요. 저는 그때 작가들 항의 농성에도 참가했었는데, 회사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근데 그것이 국정원 지시였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죠.
그중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원의 전략은 'MBC 민영화'입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어 있어요. 그런데 정부가 무려 세 번이나 바뀐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시대착오적 민영화 얘기를 끄집어내고 있으니, 지금이 무슨 군사독재 시절도 아니고, 어떻게 정보기관이 불순세력, 친북좌파, 좌파 세력 해방구 운운하며 만들어 낸 대책을 그대로 따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