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사키에 운행하는 '니시큐슈 신칸센'의 '카모메호' 차량의 모습,
박장식
일본의 남쪽 섬 큐슈에는 노선이 '반'만 지어진 고속철도가 있다. 선로를 두 개 지어야 하는데 한 개만 지어놔서? 역을 반쪽짜리로 지어서? 정확한 이유는 말 그대로, 노선이 '반'만 지어진 노선이기 때문이다.
일본 큐슈의 주요 도시 중 한 곳인 나가사키에 고속철도 '신칸센'을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2022년 9월 개통한 '니시큐슈 신칸센' 이야기이다. 나가사키역과 후쿠오카의 중심역인 하카타역을 잇는 이 노선은 기존의 산요 신칸센·큐슈 신칸센 등 일본을 한 줄로 잇는 신칸센과 연결하여 큐슈 서부 지역의 교통 편의를 높일 전망이다.
개통한 지 1년이 넘은 노선에 왜 '전망'이라는 단어를 붙였냐고? 니시큐슈 신칸센은 다른 신칸센 노선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노선, 기점은 나가사키역이 맞지만 지금의 종점은 어떤 신칸센 노선과 연결되지 않는 엉뚱한 역이다. 그래서 나가사키에서 다른 지역으로 나가려면 전철도 아닌 '신칸센'을 두세 번 갈아타야 한다.
내렸다가 탔다가... 개통 전과 시간 차이도 적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 관광지, 일본 후쿠오카시의 중심에 위치한 하카타역. 오사카나 도쿄, 히로시마 등 일본 곳곳은 물론 가고시마나 구마모토 등 큐슈 내 다른 도시로 바로 향하는 고속열차가 출발하는 일본에서 가장 바쁜 역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여러 곳으로 향하는 큐슈 교통의 중심지라지만, 큐슈의 두 번째로 큰 도시, 나가사키로 향하는 고속열차가 없다. 나가사키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냐고 물었더니 '릴레이 열차'를 탄 뒤 신칸센을 갈아타야 한다고 안내한다. 작년까지는 특급열차를 타고 한 번에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떨떠름하게 표를 발권하니 좌석을 표시하는 표만 두 장이 나온다. 하카타에서 타케오온천까지 가는 '릴레이 특급열차' 표가, 타케오온천에서 다시 나가사키까지 가는 신칸센 표가 각각 나온다. 좌석 번호도, 호차도 다 다르다. 그나마도 타케오온천역에서 주어지는 앞 열차와 뒷 열차 간의 환승 시간은 3분 남짓. 짧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여러 장의 표를 손에 쥐고 하카타역에서 출발하는 '릴레이 카모메'를 타러 갔다. 열차가 가는 곳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나가사키가 적혀 있다. 그렇게 열차에 오르니 이윽고 출발해 후쿠오카 시내를 호기롭게 빠져나간다.
한적한 지방 느낌이 나는 바깥 풍경을 본 지 거의 한 시간정도 되었을까. 이 열차가 운행하는 마지막 역인 타케오온천 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나가사키까지 가는 승객들은 건너편 플랫폼에 있는 신칸센으로 갈아타라는 안내도 함께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