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탈핵 할매가 간다'의 주인공 일본 탈핵운동가 미토 기요코 씨와 사와무라가즈요씨는 삼척, 영덕, 부안, 영광, 서울 등지를 돌며 한일 탈핵 연대를 강화했다. 마침 80세 동갑이었던 미토와 사와무라씨에게 한국의 탈핵 활동가들은 곳곳에서 팔순 생일 잔치를 벌였다.
원불교환경연대
옥분씨의 제안은 받아들여졌고 영덕에서도, 영광에서도, 부안에서도 방문지마다 팔순 잔치가 열렸다. '탈핵 할매가 간다'는 한국 핵발전소 지역에서 거대한 핵마피아와 고군분투하며 투쟁하는 현장 활동가들을 격려한다는 애초의 취지를 뛰어넘어 연대와 교류가 넘쳐났다. 평생 탈핵 운동에 헌신한 팔순의 현역 선배 운동가들의 삶에 한국 탈핵 활동가들은 존경과 감사를 전했고 탈핵 할매들은 지혜와 격려를 나누었다.
출국을 하루 앞둔 9월 8일 저녁에도 SNS와 환경 활동가들의 단체 소통방을 통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각자 음식과 선물을 들고 모였다. 서울시청 앞에 도착한 미토와 사와무라씨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날이 시아버지 제사였어요. 탈핵 할매 팔순 잔치를 제안한 책임감에 일단 올라왔죠. 팔순 잔치 마치고 미토씨가 저를 끌어안으며 "You're my daughter(너는 내 딸)"라고 해서 "はい(네)"라고 대답했죠. 그때부터 미토 엄마가 되었어요."
한-일 탈핵 모녀의 탄생 또한 '탈핵 할매가 간다'가 남긴 큰 성과다
삼척에서 살고 싶어요
"이런 싱싱하고 깨끗한 생선을 나 혼자 먹으려니 가슴이 아픕니다. 후쿠시마 아이들은 생선도 못 먹고 마음껏 뛰놀 수도 없어요."
'탈핵 할매가 간다' 부안 방문 당시 부안 사람들과 함께 간 횟집에서 미토씨의 혼잣말이 가슴에 남았다. 방학이 되면 방사능 오염이 상대적으로 덜한 서일본 쪽에서 '후쿠시마 아이들 보양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말에 원불교환경연대 강해윤 대표는 '후쿠시마 아이들 한국 보양프로그램'을 약속했다.
2017년 일본에서는 한국 보양프로그램에 참여할 후쿠시마 아이들을 모집했고 한국에서는 프로그램과 공동기획단을 조직했다. 또래 청소년들 맞이는 대안학교 크리킨디 센터가 맡았다. 몸과 마음의 보양을 위해 맑은 바다와 하늘을 자랑하는 삼척의 옥분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옥분씨는 당연히 '콜'을 외쳤고 7박 8일 일정 중 3박 4일을 삼척 바닷가 옥분씨네 마을에서 지내기로 했다. 미토 엄마가 '후쿠시마 보양프로그램' 사업단장을 맡았다.
중학생 3명, 고등학생 3명, 대학생 2명 그리고 어른 스태프 4명의 일행이 2018년 8월 16일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삼척 바다를 배경으로 일본 방한단원 한 명, 한 명을 그려 넣은 '야, 놀자' 현수막에 미토 단장 눈이 휘둥그레진다. 옥분씨가 인맥을 총동원해 정성껏 만든 현수막에는 보양단에 참여한 아이들과 미토 단장의 모습이 들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