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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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고객들의 불만은 백화점 사무실로 접수된다. 사무실 직원들은 고객들로부터 받은 불만 혹은 문제제기를 매장에 전하는데, 이 과정에서 매니저는 "직원들이 더 친절하면 좋겠다" "직원 교육을 더 시켜라"는 꾸중을 듣곤 한다. 사무실 직원이 왜 이런 불만이 제기됐는지 직원들에게 묻는 경우도 있지만, 결론은 같다. 직원들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아도, "더 친절해지라"는 말만 할 뿐이다. 물론 '힘내라'는 위로도 있다. 그러나 보호 조치 없는 위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나와 함께 일했던 매니저 A는 매우 친절했다. 다른 백화점 동료들은 그런 A를 보면서 "난 갑질하는 진상 고객이 왔다 간 다음엔 저렇게 못 해"라고 말하곤 했다. 늘 친절한 사람은 드물다. A도 감정노동의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이며 일했을 뿐이다.
고객의 '갑질'은 부정적인 영향을 낳는다. 직원의 사기가 떨어짐은 물론이고, 매장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끼친다. 고객의 까칠한 말투와 행동은 백화점 전체 노동자의 행복도를 낮춘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노동자들이 무방비로 폭언·폭행에 노출되지 않게 백화점 측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매장마다 '직원을 존중해달라'는 안내판을 걸거나, 안내방송을 하면서 말이다. 폭언 등의 정도가 심할 경우엔 보안요원이 나서서 제지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안내방송은 언제나 "고객님들의 안전한 쇼핑을 위해 안전요원이 상시 대기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만 나온다. 백화점은 안전한 쇼핑 외에도 안전한 일터를 위해 힘써야 한다.
노동자가 갈려나가는데 언제까지 백화점은 반짝반짝할 수 있을까
비교적 어린 나이에 백화점에서 일하던 내게 선배들은 "여기 일은 힘드니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조언하곤 했다. 내가 만나 본 백화점 노동자들은 백화점에서 일하면서도 백화점을 떠나고 싶어 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기사가 나간 뒤 포털 등에 달린 댓글 중 상당수도 '그렇게 일하기 싫으면 네가 떠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떠난 사람들은 꽤 많다. 상처가 나도 맨살로 버텨야 하는 상태로 굳이 버텨가며 일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백화점 노동자의 근속 연수가 짧아질 수록 전체적인 숙련도는 떨어지고, 백화점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숙련된 노동자가 있어야 고객들도 만족스럽게 쇼핑할 수 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직접 본 2년간의 백화점은 개선이 없어서 하는 말이다.
백화점은 당장 고객들이 지갑을 여는 '오늘'만 보고 사는 걸까. 부디 지속가능한 '내일'까지 내다보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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