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백화점 매장의 영업시간 안내.
김채현
사실 백화점은 참 좋은 곳이다. 백화점 내 식당가는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서 언제든 방문하기 좋으며, 급하게 옷을 사러 갈 때도 매장이 문을 닫았는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브레이크타임 없이 쉬지 못 한다는 이야기다.
백화점은 대개 오전 10시 30분에 개점해 평일엔 오후 8시, 주말(금요일 포함)과 공휴일엔 오후 8시 30분에 폐점한다. 직원들은 이 시간 동안 무조건 매장에 있어야 한다.
백화점 직원들은 운영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백화점에 상주하고 있다. 직원들은 오픈 전에 출근해 다른 지점으로 보낼 물건을 물류 기사에게 보내야 하며, 새로 들어온 물건을 검수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보통 직원들은 오전 9시에서 9시 30분 사이 출근하고, 물건이 많이 들어오는 날에는 훨씬 더 이전에도 출근한다. 아침엔 굉장히 바쁘다. 깔끔한 매장 환경을 위해선 오픈 전까지 필수적으로 정리를 마쳐야 한다.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사무실 직원들로부터 지적을 받는다.
퇴근은 어떨까. 직원들은 잔업이 있거나, 마감 시간에 맞춰 손님이 왔을 경우 집에 가지 못한다. 일찍 끝나야 오후 8시인 백화점의 특성상 노동자들은 미용실에 가거나 병원에 가는 등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다.
'직원을 많이 두면, 노동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요?'라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매출이 많지 않은 매장의 경우, 매니저 혼자서 운영할 수밖에 없다. 혼자 매장을 볼 때는 제대로 쉬지 못한다. 밥도 먹을 수 없어 카운터 뒤에 쪼그려 앉아 작은 간식으로 떼워야 한다. 나 역시 손님이 너무 많아 바쁘거나 혹은 매장을 혼자 봐야 하는 날엔 그런 식으로 허기를 채웠다.
매장을 비우고 자리를 뜰 수도 없어 화장실도 참았다. 직원을 두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직원 월급은 본사가 주는 것이 아니라 매니저가 본사로부터 받는 급여에서 직원의 몫을 떼어 주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매니저가 적자까지 내며 직원을 고용할 수는 없다.
'직원을 더 두면 되잖아요'라는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