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모습의 나무를 보자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그 나무의 모습과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그 당시의 제 마음이 겹쳐졌다고 생각합니다.
Sharanya Dilip
심각하게 우울했던 어느 날, 거실에서 식물들을 살피는데 율림 나무가 온통 해충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나무 돌보기를 포기하고 나무를 버린 뒤 새로운 건강한 나무를 들이자고 말했어요. 제 이름을 딴 나무가 가망없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이 무척 마음이 쓰였고, 당시 제 마음만큼 나무에게서도 희망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부모님께서 말하셨습니다. 나무를 가지고 집에 왔을 때를 떠올려보고 비교해보라고요. 지금 나무가 손 쓸 수 없이 병들고 망가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처음과 비교하면 현재 모습이 훨씬 성장한 거라고요.
그 말을 듣고 기억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처음 집에 왔던 율림 나무는 작은 몸집에 싱싱한 이파리를 잔뜩 달고 있었습니다. 전 그때 모습을 가장 이상적인 나무의 상태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후에 병치레를 겪으면서도 나무는 계속 자랐고, 처음보다 몸통 굵기도 굵어졌으며 키도 훨씬 커졌습니다. 저는 아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무의 상태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졌다고 생각했지만, 부모님은 나무의 성장과 생존을 더 중요하게 살펴보고 계셨어요.
꾸준한 돌봄을 통해 성장하는 우리들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돌봄 받기를 멈추지 않은 나무가 계속 살아남아 성장하는 것처럼, 어려운 나날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제가 스스로 삶을 가꾸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요. 저는 결국 나무를 버리자는 말을 철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