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활동낭독과 함께 간단한 질문지를 작성하면서 잭의 내용을 내면화한다.
안사을
아이들은 시간마다 읽은 장과 관련해 세 가지 질문에 답한다. 등장인물과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 적는 활동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소설 속 사건을 내면화하고, 추후 뮤지컬로 만들었을 때 필요한 자료를 생성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의 창작 뮤지컬은 올해의 것보다 사안이 더욱 엄중했기에 거의 나 혼자 만들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래의 가사와 연기의 대사를 아이들이 직접 써보게 할 생각이다.
"책을 다 읽고, 반별로 표현하고 싶은 장면을 고른 후에 가사와 시나리오를 여러분이 직접 쓸 거예요."
"네? 저희가요? 어떻게 그걸 써요. 어려운데..."
"걱정 안 해도 돼. 어차피 너희들이 쓴 내용 그대로 활용 못 해. 선생님이 음악에 맞춰서 강세나 표현 등을 수정할 거니까 너희들은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됩니다."
"우리가 써낸 것들 중에 과연 쓸모있는 게 있을까요?"
"일종의 아이디어만 내가 빌려 간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니까 걱정 마세요. 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40명이 같이 생각하는 게 훨씬 도움 되겠지."
4월이 되고 낭독의 진도가 1/3 정도 나갔을 때, 나는 지난해에 떠올렸던 음악적 아이디어를 실제 소리로 만들기 시작했다. 첫 부분은 금관악기의 화성을 증5도로 배열해 불협화음을 만들고 타악기와 함께 배치해 리듬감을 줬다. 막장에서 일꾼들이 땀을 흘리며 리듬에 맞춰 곡괭이질을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이어서 나오는 장중한 느낌은, 광산에 가족을 보내놓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비는 가족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일을 마친 후 따뜻한 가족들과의 사랑을 나타내기도 했다. 플루트와 오보에가 나오는 부분은 소설의 화자인 수하가 등장하는 장면이고 뒤이어 나오는 어두운 부분은 광산 사고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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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뮤지컬 중 오프닝넘버 <1980, 사북> ⓒ 안사을
가장 기대감을 가지고 준비하는 악곡은 '어긋난 탱고' 부분이다. 노동자의 노래이기도 한 탱고는 보통 남녀가 함께 진한 춤을 추는 배경 음악으로 쓰인다. 그러한 측면을 반대로 표현해, 이번엔 노사간의 갈등과 결렬을 표현해보고자 한다. 그러려면 안무가 중요하다. 이 안무 창작 평소 댄스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두 학생이 맡아주기로 했다.
위 악곡은 서곡이자 오프닝넘버로서 뮤지컬 전체의 서사와 분위기를 보여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총 8분 정도의 길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내가 미리 쓸 수 있는 부분은 이게 전부다. 이제 아이들이 시나리오와 가사를 써주어야 악상을 떠올릴 수 있다.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창작물이기에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더욱 교육적인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손에서 출발한 작품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고, 실체가 없는 단계에서 점점 구체화되어가는 과정을 몸소 겪을 것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각자의 활동에 몰두할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투사로 자라나기를 원하진 않는다. 다만 다양한 삶이 있고, 모두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기를 바란다. 더불어 모두가 작은 예술인이 돼 주체적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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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인 '고산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필름카메라를 주력기로 사용하며 학생들과의 소통 이야기 및 소소한 여행기를 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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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4.3, 올해엔 학생들과 '사북항쟁'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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