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광대노린재 유충(종령)지난 가을에 만난 큰광대노린재 유충. 지금 보니 겨울잠 자려고 낙엽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나보다.
김혜영
그런데 큰광대노린재는 왜 이렇게 강렬한 색상을 가지고 있을까? 이렇게 눈에 띄면 공격받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녀석도 믿는 구석이 있다. 곤충들은 대체로 생태계에서 강자가 아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방어할 방법들을 반드시 가지고 있다.
그 중에는 주변과 비슷하거나 수수한 색으로 숨는 방법도 있고 역으로 화려하게 치장하여 눈에 띄면서 경고를 날리는 방법도 있다. 큰광대노린재는 후자에 속한다. 그 경고장에는 '나 건드리면 가만 안 둬!'라고 적혀 있다.
실제로 큰광대노린재는 건드리면 바로 노란색 피가 난다. 게다가 그 피는 시큼하고 역한 냄새가 나서 한 번 건드려본 경험이 있는 동물이라면 큰광대노린재의 화려한 색깔만 봐도 저절로 외면하게 된다.
큰광대노린재는 이런 독물질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을까? 그것은 먹이와 연관이 있다. 큰광대노린재는 회양목의 열매와 줄기, 잎의 즙을 빨아먹는데 회양목에는 초식동물이 자신을 뜯어먹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물질이 있다. 큰광대노린재는 회양목을 먹이로 삼아서 회양목의 독을 자신의 독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 이런 방어물질을 가진 회양목은 귀한 식물일까? 그렇지 않다. 당신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학교나 공원, 아파트 등에서 낮은 울타리로 많이 쓰이는 나무 중 하나이다. 울타리 용도로 쓰이다 보니 허리 높이 아래로 전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새끼손톱만큼 작고 두꺼운 둥근 잎이 사철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