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찰이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울경건설기계지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이를 규탄하며 노동복지회관 현장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다음 달이면 윤석열 정부 출범 만 1년이다. 출범 당시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 어디에도 문재인 정부와 구별되는 특별한 노동정책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전 정부 장관들과 달리 취임사에서 '노동자' 대신 '근로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반노동 정부의 앞날을 알려주는 듯했다. 한 달여 뒤에는 양대 노동조건인 임금과 노동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주 69시간제'의 밑그림이었다.
이후 화물연대 파업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정부는 지난해 12월 3대 개혁과제(노동, 교육, 연금)를 제시했다. 그 최우선 추진 대상이 노동 개혁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1순위로 언급한 것은 어이없게도 '노동조합 부패와 회계 불투명'을 위시한 '노동조합 개혁'이었다. 노조 회계 투명화가 국가의 1순위 개혁과제라고? 이 비상식적인 발표는 결국 노조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을 예고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노동조합 지위까지 부정
안전운임제 지속과 적용 확대를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 파업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유례없는 강경대응으로 결국 패배했다.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이라는 위헌논란도 있어 한 번도 시행된 적 없던 업무개시명령이 처음으로 발동됐다.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는 "화물연대 파업은 북핵과 같은 위협"이라느니 "민(주)노총은 반노동의 근거지" 등의 노조 혐오 발언을 연일 쏟아냈다.
특히 정부는 화물연대의 노동조합 지위마저 부정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이른바 사용종속관계 여부가 노동자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요건이지만, 노동조합법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도 사업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 제공 조건에 대해 교섭할 필요성이 크다면 노조를 만들 수 있는 '노동자'로 해석한다. 이를 근거로 20년 넘게 노조로 활동해온 화물연대에 대해 정부는 사업자단체의 담합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동원하여 노동삼권을 짓밟았다.
공정위를 동원한 노동조합 지위 부정은 건설노조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말 공정위가 부산건설기계지부에 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건설노조에 대한 온갖 중상모략이 넘쳐났다. 급기야 대통령은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전국 곳곳의 건설노조 사무실에는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단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