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슐리에국립도서관의 열람실. 원형 지붕창과 은은한 조명 아래 빼곡한 서가, 진지한 이용자들이 기품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 유서 깊은 도서관에 유일본 '직지'가 있다.
유종필
이 말을 가슴에 간직한 그는 박사 학위를 딴 후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사서로 취직하여 틈날 때마다 도서관과 박물관을 뒤지고 다녔다. 그러던 중 국립도서관의 지하 창고에서 먼지에 덮여 있는 보물을 발견했으니 그것이 바로 '직지'였던 것이다. 비유컨대 은광을 찾아 헤매다 다이아몬드 광맥을 찾아낸 격이라고나 할까.
'직지'가 프랑스에 있는 이유는 19세기 말 주한 프랑스 공사이자 고서적 수집광인 콜랭 드 플랑시가 한국의 고서적을 많이 수집해갔는데 그중 하나이다. 그 뒤 한 골동품 수집가에게 넘어간 것을 사후 상속인이 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고 전해진다.
필자는 리슐리에국립도서관을 방문하기 전 국내에서 미리 열람 신청을 해놓았지만 과연 이 희귀본을 보여줄지 반신반의 상태에서 도서관에 들어섰는데, 친절하게도 미리 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된 것을 대하면 들뜨는 내 가슴을 진정시키고 세상에 단 한 권만 존재하는 '직지(하)'를 직접 넘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