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다람쥐 똥수북히 쌓아두었다. 오랫동안 사용한 화장실인가?
김혜영
집으로 돌아와 찾아보니 하늘다람쥐의 똥이었다. 하늘다람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며 한반도 내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다. 다른 설치류와 달리 견과류보다 나무 새순이나 연한 열매를 좋아한다. 앞발과 뒷발 사이에 피부가 이어진 커다란 비막이 있어 나무사이를 날아다닌다. 몸길이는 11~12cm, 비막을 펼치면 '하늘을 나는 손수건'같다고 한다. 야행성이라 이렇게 흔적으로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 뒷산에도 10여 년 전에는 하늘다람쥐가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어 산이 깎이고 나무들이 뽑혀나갔다. 서식지는 파괴되었고 그들은 떠나버렸다. 반면 미국서 수입한 남부하늘다람쥐는 사람의 손길에 익숙해지게 하려고 랭귀지스쿨이라는 유치원까지 다니게 한다고 한다. 사람들의 이익에 따라 살 곳을 잃고 떠나야 하거나, 사는 곳에서 잡혀 낯선 곳으로 보내지고 길들여져야만 하는 하늘다람쥐의 운명이 씁쓸하다.
만약 우리 동네 뒷산 숲이 건강하게 살아있고 아이들과 함께 하늘다람쥐의 먹이 흔적이나 똥을 찾아 관찰하고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운 마음이다.
실제로 만나지 못한 하늘다람쥐를 사진으로 보며 그려본다. 털 한 올 한 올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동그란 눈이 나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할 것 같다. 언젠가 우연히 만날 수 있기를 또는 만나지 못한다 해도 앞으로도 오랫동안 수북한 똥으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