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bson Double Neck Jimmy,2022,107*50*7(d)cm권오상 작가의 작품을 스케치해서 리플릿에 오려 붙였다. 옛날 그림 느낌이 나서 좋다. 다른 리플릿에서 관련 단어를 오려서 콜라주로 붙였다.
오창환
아라리오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갤러리로는 규모가 가장 큰 편에 속하는데, 서울을 비롯해서 천안 터미널에도 갤러리가 있고 중국 상해에도 지부가 있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은 2014년, 현재 공예박물관에서 삼청동으로 넘어가는 감고당길 소격동에서 문을 열었다. 소격동 갤러리는 아라리오가 가진 명성에 비해서는 다소 소박하였는데, 소격동 전시장을 닫은 지 일여 년 만인 2023년 2월 종로구 원서동에 이전 개관 전을 갖는다.
안국역에서 내려서 현대건설 본사 빌딩 쪽으로 약간만 걸어가면 예전부터 쓰던 '공간'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이곳이 공간설계사무소 옛 사옥이며 지금은 아라리오 뮤지엄 그리고 아라리오 갤러리가 있는 곳이다.
공간사옥은 우리나라 일 세대 건축가중 대표적 인물인 김수근 건축가의 대표작이자 사업공간이었으며, 고전적인 검은 벽돌 건물로 1971년에 건립되었다. 이후 1996년에 공간의 2대 수장 장세양 건축가가 김수근의 작품 옆에 모던한 유리 건물을 증축하였고, 2002년 삼대 수장 이상림 건축가가 한옥까지 지으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벽돌 건물과 유리 건물 그리고 한옥이 긴 시간에 걸쳐 각각 다른 필요에 의해 지어졌지만 서로 약간씩 양보해 가며 사이좋게 있는 모습이 보기 즐겁다.
공간사옥은 일 세대 현대 건축의 걸작으로 건축과 관련된 담론에서 이 건물만큼 많이 언급된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2013년 공간의 부도로 경매에 나왔다가 유찰된 것을 아라리오 그룹에서 사들였다. 현재 벽돌 건물은 아라리오 뮤지엄으로 사용되고 있고, 유리 건물은 고급 식당으로, 한옥은 카페로 사용되고 있다.
재개관하는 아라리오 갤러리가 이 옆으로 들어오는 것인데, 갤러리의 건축 디자인은 일본 스키마타 건축의 대표인 조 나가사카가 맡았다. 스키마타 건축은 기존 건물의 구조와 재료를 유지하는 동시에 공간사옥과의 조화를 고려하는 설계를 하였다.
내가 보기에도 아라리오갤러리는 김수근 건물처럼 고전적이면서 장세양 건물처럼 모던하다. 결과적으로 뮤지엄과 갤러리가 공존하게 되었는데, 아라리오 뮤지엄은 아리리오의 소장품을 기획 전시하는 개념이고 유료로 운영된다.
갤러리는 전속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곳이고 무료로 운영된다. 그래서 만약 원서동 아라리오에 갔는데 유료라고 하면 놀라지 마시라. 그곳은 뮤지엄이고 옆으로 가면 무료 입장하는 갤러리가 있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이전 재개관으로 2월 1일부터 3월 18일까지 권오상, 이동욱, 김인배, 안지산, 노상호 작가가 참여하는 그룹전을 한다. 전시 제목인 <낭만적 아이러니 Romantic Irony>는 독일 낭만주의의 이론적 기수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개념에서 인용하였다고 한다.
갤러리는 지하 1층에서 시작되는데,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권오상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5층으로 올라갔다. 5층은 이번 개관 전시에서만 일반에게 개방되고 이후에는 VIP룸으로 사용된다. 5층은 전망이 좋아서 바로 옆의 현대 원서공원이 보일 뿐 아니라 멀리 창덕궁도 앞에 가리는 것 없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