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업무보고 하는 한기정 공정위원장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해 업무보고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500년 후, 2022년 10월 대법원은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 그룹 회장에 대해 유통과정에서 불필요한 가족회사를 끼워 넣어 치즈 '통행세(부당한 물류마진)'를 챙기도록 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도 유죄 취지로 판단,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앞서 1심은 해당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봤지만, 2심은 공정거래법이 아닌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으로 판단했었다. 대법원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렇게 이 작은 정의가 세워지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 사실 원부자재 유통과정의 '통행세'는 미스터피자만의 문제가 아닌, 지금도 고쳐지지 않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 관행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본사의 지위는 가맹점주에 비해 영화 속 남작처럼 압도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이다.
당시 이 사건의 한복판에 있었던 미스터피자 점주 김아무개사장은 콜하스처럼 프티 부르주아지였다. 제법 큰 평수의 가게에서 상대적으로 평탄하게 가게를 운영했었다. 본사가 각종 명분의 통행세로 가맹점을 옥죄기 전까지는 말이다.
2015년 그는 동료들과 함께 본사의 갑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렇지만 500년 전 독일처럼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2017년 동료 점주가 생을 달리하고 그가 동료들과 함께 철야 농성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쩌면 그도 신에게 기도했을 것이다. '먼저 떠난 동료가 본사를 용서할 때까지 우리를 용서치 말라'고 말이다.
5년 후,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 오른 일명 '쎈수학' 사건은, 본사인 ㈜신사고아카데미가 2019년까지 신규 계약을 체결해놓고도 2020년 4월 느닷없이 가맹사업 중단하며 벌어진 분쟁이다. 본사는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지사장 상당수를 계약 해지하고 학원으로 가맹한 가맹사업자들에게는 교재, 동영상 등 영업 지원을 중단했다. 그야말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본사의 막무가내 계약파기였다. 이 사건은 공정위에 신고 되었지만, 이 또한 진척은 없었다. 이후 피해자들의 피눈물 나는 호소로 국감에 오른 것이다.
당시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가맹지사 계약 해지 부분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볼 수 없어 무혐의 처리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가맹점(학원)에 대한 본사의 영업 지원 중단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신고 내용이 계속 추가돼 조사가 지연되고 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