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악곡, '두려워'작은 마을에 사는 당시 청소년들이, 이유 없이 군경에게 잡혀가는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고서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는 일상의 상황을 노래하고 있다.
안사을
음악을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쉽게 표현하자면, 음악은 아름답고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큰 골자가 될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음악 수업을 하는데, 정작 학생은 다수의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둘도 없는 공포였다면?
그 순간뿐 아니라 길고 긴 시간 동안 은연중에 그 학생의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게 되는 부정적인 것들이 있을 것인데 그것이 바로 잠재적 교육과정이다. 혹자는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본인은 십수 년의 교직 생활 동안 최소한의 동의 없이 다수의 앞에서 원치 않는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을 일종의 작은 폭력으로 간주하고 살아왔다.
이러한 나에게 뮤지컬 수업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과제였다. 수업 시간에 노래와 춤을 시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아이들에게 일방적인 제시와 상처가 되지 않도록 부단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염려했던 또 한편의 상처는 제주 4·3사건의 유족 및 본 사건으로 인해 마음이 무거운 모든 분의 상처였다. 뮤지컬은 장르 특성상 매우 밝고 활기차다. 심지어 약간은 어둡고 심각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에서도 한약에 감초를 넣듯 코믹한 장면을 넣기도 한다.
직접 만드는 뮤지컬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은 충분히 조정이 가능했다. 4.3사건을 직접 연기하는 부분은 매우 무겁고 심각하게 제작하였고, 현재 시점으로 배경을 바꾼 후에 비로소 밝고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었다. 그 의도와 결과에 대해 아이들도 충분히 만족했다.
가장 조심스러웠던 것은 우리의 서툶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의도치 않은 웃음이었다. 가령 2021년도의 창작뮤지컬은 학교에서의 소소한 장면을 담았는데, 학생 하나가 대사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관객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고, 두고두고 보고 싶은 명장면이 탄생했다.
하지만 4·3사건을 다룬 이 뮤지컬은 그런 장면이 단 한 번이라도 나오면 안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극을 발표하기 직전 나는 분장을 한 채로 관객들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