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크리에이터
이상민 제공
- 왜 정치인을 성대모사 대상으로 삼은 거죠? 다른 유명인도 많잖아요.
"가령 연예인은 인기의 유통기한이 있고 유효기간이 있잖아요. 근데 대통령을 따라 하면 인기의 유효기간이 다르지 않을까 싶었어요.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을 생각하면 바로 그분의 특징이 생각나는 것처럼 인기의 어떤 풍향과 관계없이 꾸준하게 기억되는 사람을 따라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한두 명씩 따라 하게 되고 정치의 어떤 역학을 알게 된 거죠."
- 성대모사 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성대모사 하는 건 어떻게 봤어요?
"항상 재밌게 봤어요. 코미디의 본령은 기득권 풍자라고 생각해요. 기득권, 권력을 가진 자들을 풍자하는 그 모든 방송들을 저는 사랑해요. 그런데 소위 공중파에서 그러한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어요."
- 남이 하는 걸 보는 것과 내가 하는 건 다를 것 같은데.
"맞아요. 저는 욕심이 났어요. '내가 하면 저기서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오만한 걸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하면 조금 잘할 수 있을 텐데 같은 생각이죠. 한 편으론 동경하기도 해요. '저 사람 참 저기서 연기를 잘한다, 저 사람 참 구현을 참 잘했다' 같은 것부터. '연출진이 참 저걸 잘 살렸다' 같은 평가죠."
- 라이벌로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예요?
"아무래도 저는 성대모사를 하고 있다 보니까 'SNL코리아'의 개그맨 정성호씨나 배우 김민교씨가 라이벌이 아닌가 생각해요."
- 성대모사는 안윤상씨가 최고 아닌가요?
"안윤상씨도 훌륭하죠. 근데 그 분은 좀 '하늘' 같은 분이에요. 다만 언젠가는 제가 겨뤄볼 장이 열리지 않을까? 선망하고 있습니다."
- 시사 풍자를 하고 싶었나요?
"원래부터 시사 풍자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요. 성대모사를 하고 나니까 사람들이 웃는 지점이 뭔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단순히 따라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건에 대한 뉴스도 있을 것이고, 성대모사 대상이 되는 사람의 철학도 있을 것이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연구를 많이 하면서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됐죠.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도 많이 보게 되고요. 그저 공부하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 보통 한 사람 성대모사를 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그걸 재보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추정하기로는 한 사람을 연구하고 성대모사를 구현하는 데 한 80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근데 그 사람 자체가 되려면 한 800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 어떤 차이인가요?
"한 사람의 말버릇이나 발성 통해 성대모사를 구현할 수는 있지만 대상의 철학이나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문화적 코드와 고유한 취미, 좋아하는 스포츠 등을 다 알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슈와 뉴스는 계속 변하고 그 사람의 행동 양식 같은 것들도 계속 관찰해야 되기 때문에 그 정도 이상 걸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지금까지 성대모사 한 분이 어느 정도예요?
"저는 그렇게 많이 하지는 못합니다. 한 마디 겨우 할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한 30명 정도 되는데...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 똑같다'고 평가받는 건 한 10명 정도예요."
- 가장 어려운 분은 누구인가요?
"현재는 오세훈 서울특별시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그리고 야권인 민주당에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요."
- 그분들 성대모사 하는 분 거의 없지 않나요?
"성대모사 하기 진짜 어려워요. 오세훈 시장 같은 경우에는 너무 발성이 평이해요. 오세훈 시장 특유의 화법이 부드럽잖아요? 그런 이미지 때문에 너무 기름장어 아니냐 혹은 너무 유약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것 같은데 그런 이미지 때문에 더 힘든 것 같아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같은 경우에는 발성이 불규칙해서 따라 하기가 힘듭니다."
- 그럼 가장 쉬운 사람은 누구예요?
"제 목소리하고 아마 비슷한 안철수 의원이 아닌가 생각돼요. 안철수 의원은 말끝을 길게 늘리면 돼요. 우리가 예를 들어서 기자님 성함을 빌려서 '이영광입니다' 하면 '입니다'를 '입미다'로 바꾸면 돼요. 그래서 '예, 안철숩미다' 이렇게 하는 느낌인 거죠. 그래서 이분이 가장 쉽지 않나 싶고요.
안철수 의원의 캐릭터적인 측면에서는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좀 자세하게 설명해주려고 하는 게 있어요. 그 와중에 본인이 썰렁한 개그를 은은하게 섞어서 얘기하려고 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고요. 그래서 제일 쉬운 것 같아요."
"진영논리는 두렵지 않아요, 정말 두려운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