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블 연습영하 15도 강추위에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 혼자 드리블 연습하러 근처 풋살장에 나왔다. 너무 추워서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있다.
이지은
내가 왜 '공격'인지 모르겠어
남들 앞에서는 말끝마다 '축구, 축구'거리는 '축구무새(축구+앵무새)'에다가 영하 15도에 한파주의보가 내려도 털모자 뒤집어쓰고 혼자 야외 운동장으로 뛰쳐나가 드리블을 연습하는 열혈 축구인이지만, 사실 실력은 이 마음을 받쳐주지 못한다.
지난번 칼럼에서 한 골 넣었다고 자랑한 게 마지막 본 골 맛이다(오늘도 눈에서 물이 흐르네?).
심지어 그때도 축구 경력 6개월 만에 넣은 첫 골이었는데! 축구 인생만 9개월 동안 경기에서 해낸 나의 성적은 1도움, 1골. 이런 주제이다 보니 주 포지션을 '공격'이라고 밝히기가 부담스럽다. 공격다운 공격을 해본 적도 없는데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나를 감추기 위해 은근슬쩍 "저는 보통 공격에 서지만 풋살팀에 있기에 큰 의미 없어요. 수비할 때는 또 수비 열심히 봐요"라고 변명한다.
최근까지는 내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느는 것 같았는데, 부상 이후 3주 가까이 쉬었더니 겨울이 찾아왔고, 야외에서 수업하는 팀 특성상 혹한기인 1월을 쉬어갔고, 자동적으로 내 실력도 쪼그라들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치른 타 팀과의 친선 경기가 어찌나 낯설던지. 혼자 우왕좌왕하던 나를 본 축구 동료가 "지은 언니 대체 어디 서 있는 거야!"라면서 꽥 소리를 질렀다.
그 친구는 나보다 열다섯 살 어린데, 오죽 답답했으면 한참 왕언니에게 저렇게 소리를 질렀겠나 싶어서 "아고, 몰랐어. 미안해, 미안해"를 연발했다. 그렇게 혼자만의 싸움에 몰두하다가 경기는 끝나버렸다. 친구들은 혼자 엄한 데 뛰고 있던 나 때문에 4대 5로 싸우는 기분이었겠지? 미안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