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 선 축구 친구들.친선 경기를 진행했다. 시합을 위해 자리를 잡고 있다.
이지은
참고로, 살면서 한 번도 수영을 시도해본 적이 없다. 누군가 내게 수영을 권하면 "난 소음인이라 몸이 차서 안 돼"라는 제법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피해 다녔다. 차가운 물에 몸이 닿는 게 싫었고, 내 몸이 물에 뜰 거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축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지. 그게 차가운 물이든 뭐든.
그런 의무감으로 찾은 수영인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제대로 된 자세는커녕 킥판을 내리눌러 자꾸만 아래로 떨어져 물을 잔뜩 머금고, 너무 느려 남들 운동 방해만 한 주제에 말이다. 한 시간 수업 끝에 혼자 선 샤워실. 그 안에서 키득거렸다.
'나 되게 못하네? ㅋㅋㅋ'
이거 뭐야. 어떻게 못하는데 웃음이 나. 축구하면서는 내내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가 내 마음을 짓누르는데 말이다. 그때 깨달았다. 기대가 없으면 몸을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음을. 부상으로 느꼈던 무력감은 부상 자체가 아니라 내 기대가 만든 상처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