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연주씨.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그의 세례명은 '카타리나'였다. 연주씨 어머니는 "카타리나 성녀가 어떤 분이셨는지 찾아봤는데, '하느님의 중재를 하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라며 "우리 연주도 친구들의 불화를 중재하며 사이를 좋게 만드는 사람이었다"라고 전했다.
유연주씨 가족 제공
월, 수, 목 오후 6시부터 학원 아르바이트.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토익 스터디. 9월 26일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2급 시험 접수.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유연주(21)씨가 과제에 시험까지 살뜰히 챙기며 소화한 2022년 9월 스케줄 일부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주말에도 밤 11시, 12시까지 일하고 공부하고 들어왔어요. 길게 자야 6시간 자면서 학교생활도 하고, 동생들 과외해 주고, 아르바이트 두 탕씩 뛰며 정말 빡세게 살았어요."
연주씨 언니 유정(25)씨는, 대학생이 된 후부터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겠다 다짐한 연주씨가 스스로 생활비를 책임졌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연주씨는 음식점, 카페, 학원, 예식장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토익학원에 등록하고 자격증 시험 준비를 위한 인터넷 강의료를 결제했다. 거기에 저축도 했다. 연주씨는 9월 다이어리에 '소비 : 50만 원, 저금 : 80만 원'이라 적었다.
언니가 보기에 연주씨는 '빼곡히 적힌 다이어리' 같은 하루를 살았다.
"매일 To do list를 적으면서 스스로를 계속 다그쳤어요.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열심히 해야 한다, 앞서나가야 한다' 이렇게요."
연주씨가 적은 스케줄표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2021년 3월 9일
- 워드 공부 ∨
- 자바 프로그램 강의 1/2 ∨
- 자기소개 열린 게시판 고치기 ∨
- 사회봉사 날짜 변경 가능한지 연락 (전화 함, 목요일로 변경) ∨
- 한일교류론 과제 1/2 ∨
다섯 가지 할 일에 모두 '완료
(∨)' 표시를 한 연주씨는 스케줄표 코멘트 란에 "걸으면 뒤처지니 뛰자, 그리고 잠깐 쉬고 또 뛰자"라고 적었다. 2021년 3월 6일 코멘트 란에는 "넘어진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일어서지 않은 것은 당신의 잘못이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