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씨의 초등학교 시절의 적성검사지에는 사회형, 예술형 성향이 강점으로 나와 있다.
이희훈
한철씨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춤, 노래, 연기를 좋아했고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연습을 이어왔다. 업계 상황을 경험하기 위해 기획사에 들어가 스태프로 일하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아티스트로서 계약해 활동을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뿐만 아니라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엔터테인먼트경영 전공)에도 진학해 배움의 욕구를 채워가고 있었다.
한철씨의 노력은 블로그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의 블로그엔 "음악과 문화에 관한 주관적인 나의 생각 모음"이란 소개 글이 적혀 있다. 블로그 곳곳에선 한철씨의 관심 분야에 대한 애정, 그리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무지개색"이라고 평가한 어느 노래처럼 한철씨의 블로그 또한 다채로웠다.
"어느 사회에나 희생자는 있다. 이번 싱글(앨범)에서 비비가 전하고 싶다고 한 말이다. 이 말을 토대로 나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다. (중략) 내 기준에서는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게 많아 보였다. (중략) 나는 이 뮤직비디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여성 인권으로 해석하고 감상했다." - 2022년 10월 2일, [신곡 리뷰] 돼지들의 단두대 '비비(BIBI) - Animal Farm(가면무도회)'
"이번 앨범의 컨셉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의하자면 '평등'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여기에 쐐기를 박는 가사가 마지막으로 나온다. '모두 다른 색깔로 완성한 레인보우.' (중략) 모두 다른 색을 띠고 각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엔 우리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의미로 쓰이는 (무지개) 색." - 2021년 9월 24일, [앨범 리뷰]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노래하다 '레드벨벳(Red Velvet) - Queendom(퀸덤)'
"오른쪽은 '난 이 일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거야'라는 작품이다.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란 말을 외치고 있지만 오히려 벌벌 떨고 있는 듯한 모순된 느낌. (중략) 왠지 마음속으론 응원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래, 너는 헤쳐 나갈 수 있을 거야!" - 2022년 4월 15일, [전시회 추천] 데이비드 슈리글리전 : 아이 같은 순수한 느낌의 전시
참사 당일 오후 2시에도 한철씨는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표를 구하지 못해 지브리 미술관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는 아쉬움이 그의 마지막 글에 담겨 있었다.
누나가 마주한 세 가지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