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금 통일의집 관장
통일의집 제공
- 통일의집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문영금 통일의집 관장(아래 문) : "통일의집은 1970년부터 문익환 목사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사셨던 집이에요. 이 집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사시면서 공부도 하시고 기도도 하시고 글도 쓰시고 많은 일을 하셨어요. 1994년 이 집 안방에서 문익환 목사님이 세상을 뜨셨어요. 그 후에 박용길 장로가 통일의집이라는 현판 붙이고 누구든지 찾아와서 통일을 논의하고 교육하는 장이 되기를 바라면서 유품들을 전시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2011년 박용길 장로님께서 세상 떠나신 후 1년 동안 통일맞이 사무실로 사용할 때 통일맞이 일꾼이었던 김재규가 신청하여 2013년에 이 집이 서울시 미래 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그 후 가족들이 이 집을 박물관으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2018년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 맞이하여 시민 모금을 벌입니다. 이를 통해 집을 1990년대 초 문 목사가 살아계실 때 모습으로 복원해, 생신인 6월 1일 작은 박물관으로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이 집에는 유품과 편지들, 사진, 서예품, 미술 작품, 서적 등 각종 유물이 간직되어 있는데 장소가 좁아서 일부만 전시하고 나머지는 수장고에 보관 중입니다. 그리고 오명진 아키비스트가 작업을 시작해 온·온프라인 아카이브도 만들어졌습니다."
- 18일이면 문익환 목사 29주기잖아요. 관장님이 기억하는 아버지인 문익환 목사는 어떤 분이었나요?
문 : "문익환 목사는 상당히 예민하시고, 원칙주의자셨어요. 그런데 지금 많은 분들은 문익환 목사님이 푸근하고, 모든 사람을 품어 안는 분이라고 기억하시더라고요. 성품이 바뀐 데는 크게 두 가지 계기가 있었어요. 천주교하고 같이 공동 번역을 한 것이 첫 번째예요. 성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벽을 깨는 경험을 하셨다고 말씀하셔요."
- 벽을 깨는 경험이요?
문 : "교회에 얽매이지 않고 타 종교하고도 소통하고 사회하고도 벽을 허물어서 같이 서로 이해하고 함께 사는 삶을 깨달으셨다고 말씀하셔요. 그러고는 감옥에 들어가셔서 민중과 억압받은 자들을 직접 만나셨고 그분들을 위해서 가슴 아파하시는 하느님을 만나셨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감옥에 가지 않으셨으면 헛살았을 뻔하였다. 그곳에서 새로 태어났다'라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아버지로서 문익환은 자식들의 인격과 의사를 존중해 주셨어요. 그래서 조언과 방향 제시는 해주셨지만, 간섭과 강요는 하지 않으셨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왜 이런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는지, 이 죽음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답답했어요. 아버지가 계셨으면 알려주셨을 것 같은데, 막상 가장 필요한 순간에 아버지가 안 계셨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만의 아버지가 아닌 큰 어른을 육신의 자식들이 잘 보살펴드리지 못해 죄스러움이 컸어요. 그런데 입관 예배 때 설교해 주신 목사님이 '문 목사를 여기 묻는 것이 아니라 씨앗으로 심는다'고 말씀해주셔서 큰 위로를 받았어요. 많은 이들이 그 뜻을 이어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 2023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발전했지만, 남북통일은 요원해 보이는데 지금 대한민국을 문익환 목사께서 보신다면 뭐라고 하실까요?
문 : "문익환 목사는 항상 '역사를 살아야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역사를 사는 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미완의 역사는 있어도 실패한 역사는 없다고 하셨고, 실패한 역사라고 생각되는 역사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걸 완성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많은 비극이 분단으로부터 시작이 됐으니 그런 것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분단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씀하셨고요. 그리고 남이 그어놓은 분단을 우리 민족이 자주적으로 주도적으로 벗어나야 외세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 민족의 평화,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에 기여한다고 생각하셨죠. 문 목사가 지금 계셨으면 옆에 있는 우리에게 기운 북돋아 주고 함께 역사를 살아가자고, 통일 운동을 같이하자고 등을 두드리면서 이끌어 나가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 서울시와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가 함께 추진했던 통일문화센터 건립 취소 결정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서울시의회 행정 자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1일 공유재산 관리계획에 포함된 통일문화센터 사업비 증액 안건을 부결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적정한 사업비 확보가 어려워 정상적인 공사가 불가능해졌다"며 건립 취소를 결정했는데요.
문 : "통일문화관 설립 계획은 6년 전부터 시작했던 것이고요. 그동안 서울시에서 타당성 검사, 예산 확보, 부지 매입, 설계까지 다 마친 사업인데 갑자기 취소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서울시의회에서는 예산 증액안을 부결한 것인데 왜 건립 사업 자체를 취소했는지 믿을 수가 없어요.
서울시의 확실한 결정과 대책을 아직 들은 바가 없고 언론 보도만 들은 상태에서 지금 뭐라고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은데요. 사실 통일문화관 설립 계획은 서울시 사업이지만 통일의집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민간 통일 운동을 기념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서울시와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에서 협력해서 준비한 사업이에요. 서울시장과 의회 구성원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사업이 폐기된다니, 이분들은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 의도가 있다고 보세요?
문 : "사업 자체를 폐기하려고 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아요. 토지도 다 매입됐고 설계도 다 끝났고 삽 뜨는 일만 남았었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서울시에서 매입한 필지 중에 한 집은 문익환 목사 큰아들 가족이 40년 넘게 살던 집인데, 문화센터 건립 취지 공감해서 매각한 것이거든요. 민간에 끼친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모르겠고요. 지금이라도 사업이 다시 추진돼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만약에 사업이 무산되더라도 그 집만은 원소유자에게 반환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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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목사 자료 국가 지정기록물 지정,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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