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가영씨의 모친 최선미 씨가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서명 동참을 호소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임재근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진상규명 서명운동이 자주 진행됐던 장소,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노란리본 나눔'을 펼친 장소에 이태원 압사 참사 유가족들이 모였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째인 12월 29일 오후, 대전 으능정이거리(중구 은행동)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전지역 47개 종교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 대전대책회의(아래 대전대책회의)는 충청권 유가족과 함께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100만 서명운동'에 나섰다. 고 박가영씨의 부모, 고 송채림씨의 부, 고 진세은씨의 고모, 고 김지현씨의 부모, 고 김예은씨의 오빠, 고 김정훈씨의 부 등 8명의 충청권 유가족이 함께했다.
고 박가영씨의 모 최선미씨는 "좋은 추모관을 만들어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기억하고 정부가 기억하고, 여야가 기억해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 달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참사로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라고 호소했다.
고 송채림씨의 부친 송진영씨는 "이번 참사를 그냥 넘어간다면 다음에는 여러분의 형제, 여러분의 누이, 여러분의 자식이 언제든 같은 불행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진세은씨의 고모 진창희씨도 "지금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 서명해 달라. 유가족과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이번 서명운동에는 ▲국가책임 인정, 대통령 공식 사과 ▲피해자의 참여 속 성역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태원 참사 기억과 희생자 추모 공간 마련 ▲피해자 소통 보장 및 인도적 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 대책 마련 ▲2차 가해에 대한 적극적인 방지대책 마련 ▲재발 방지 및 안전한 사회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 등의 요구사항이 포함돼 있다.
시민들의 발길은 쉽사리 서명대로 향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유가족들과 대전대책회의 성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이 소리에 발길을 돌려 서명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생겨났다. 배달노동자는 오토바이를 멈추고 서명에 동참했고,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꼭 껴안으며 위로한 시민도 있었다. 호소의 목소리가 지속될수록 서명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