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9 분향소 명복을 빕니다.
전희식
위 사진. 23세의 무남독녀다. 아래 사진. 35세의 예술가다.
두 분 아버지. 특별한 아버지가 아니다. 그냥 장삼이사다.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런 아버지로 보였다. 그냥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문득, 날벼락처럼 자식의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길거리에서, 비닐 천막으로 칼바람을 버티고 있다. 조롱과 비난이 난무하는 구호들에 포위되어.
그렇다. 천지 사방으로 포위되어 있었다. 눈보라처럼 휘날리는 구호들에 난데없이 주검이 되어버린 젊은이들이, 그 유가족들이, 쓸쓸한 분향소가 철저히 포위되어 있었다. 차마, 차마 이 현수막의 악귀 같은 글들을 그냥 볼 수 없었다. 죽은 자 앞에서 갖추는 최소한의 예의도 팽개친... 악다구니다. 저주다.
쓸쓸하고 또 쓸쓸했다. 분향소는 몸서리치게 쓸쓸했다. 나는 예매한 차 시간을 놓쳤다. 깜깜한 서울 바닥을 방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