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0월 3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희훈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으나, 유가족들의 질문에 답변도 하지 않은 채 5분 만에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보여주기식 조문'이 아니라 '제대로 된 조문'을 하라"고 질타했다.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 직후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농담을 하고, 참사에서 살아남은 고등학생이 세상을 등진 데 대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물의를 빚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유족들과의 아무런 협의 없이 분향소를 찾았다가 곧장 자리를 떠 빈축을 사는 모양새다.
협의회에 따르면, 한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유가족들은 현장에서 "분향소에 온 이유가 무엇이냐" "대통령의 공식 사과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한 총리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헌화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협의회는 '희생자 103명 유가족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한 총리는 유가족 협의회에 어떠한 통지도 없이 찾아와 보여주기식으로 조문을 하려 했다"라며 "한 총리에게 현장에 있던 유가족들이 사과할 것을 요구했지만 한 총리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 총리는 희생자를 '사망자'로 고칠 것, 근조리본을 거꾸로 달 것 등 책임회피를 위한 용어 변경을 지시한 자"라며 "외신기자회견에서는 경찰 인력을 더 투입했었더라도 사고는 일어났을 것이라는 취지로 책임회피식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태원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구성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조기에 종료시켰다"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어떤 사과나 인사 없이... 조문 모습만 보여주려 했던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