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장관이 11월2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필자는 그간 윤석열 정부의 한반도 전략에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무턱대고, 단지 보수 정부이기 때문에 덮어 놓고 담대한 구상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내용 자체를 놓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음 대안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담대한 구상' 자체는, 이전의 보수 정부와는 다르며 이전의 진보 정부를 일정 부분 계승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료들을 살펴본 결과, 문제는 담대한 구상의 내용에 있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첫 번째로, 남북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남북 간 서로에 대한 신뢰 회복 없이는, 아무리 좋은 대북정책이 만들어진다 해도 유명무실할 뿐, 소용이 없게 된다. 그렇다면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남북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은 단순하게도 '기존 남북 합의'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복원하는 게 그 시작일 것이다.
먼저, 남북은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나눴던 약속을 지킬 필요가 있다. 윤 정부 또한 한반도에서 군사훈련과 무력 대응을 중단하고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최우선으로 재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대북제재가 한반도 비핵화에 실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스냅백(조건부 이행)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으며, 불가피하다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서 벗어나 남북이 스스로의 합의를 이행하는 결단도 내려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즉, 윤석열 정부가 이 '담대한 구상'을 실제로 이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된다. 먼저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통일부 버전과 대통령실 버전으로 행위 주체에 따라 다른 관점에서 활용되고 있다. 보수의 포용정책을 추구하는 권영세 장관과 통일부의 관점과 달리, 대통령실과 여당의 분위기는 제재를 통한 굴복, 선(先)비핵화론에 가까워 보인다.
또한,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와 남북관계를 선순환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미관계 정상화를 반드시 선순환의 고리에 연결해야 한다. 북한은 1993년 제1차 북핵위기 이후 비핵화의 대가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까지 북미관계 정상화와 관련된 어떤 조치도 이행한 바 없다. 과연 윤석열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이행하기 위해 미국을 설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진심으로,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현실화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