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손을 잡은 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16일 일본 기시다 내각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문서 개정을 통해 2차 대전 이후 유지돼 온 '전수방위(專守防衛)', 즉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원칙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켰다.
일본 평화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모호한 입장만을 취하고 있다. 이 기사는 일본의 속이 보이는 전수방위 무력화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평화헌법 뒤흔드는 3대 안보문서 꼼수 개정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임시 각의(閣議, 국무회의)를 통해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는 내용을 포함한 3대 안보문서를 개정했다. 이번에 개정된 3대 안보문서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그리고 <방위력정비계획>이다. 이들 문서는 일본의 외교안보 기본 지침과 자위대의 역할 및 방위력 건설, 그리고 방위 장비 조달을 규정한 핵심 문서들이다.
3대 안보문서의 핵심적인 개정 내용은, 적이 일본에 대해 "공격에 착수한 것이 확인되면" 선제적으로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기준으로 '공격 착수'를 판단할 것인지 모호하다. 판단 기준에 따라 '전수방위' 원칙이 무력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평화헌법은 일본의 군사적 공격 의지와 그 능력을 스스로 부정한다. 평화헌법 제9조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함을 명시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아베 전 총리는 평화헌법 제9조를 개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국내외의 반대로 헌법개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시다 내각이 3대 안보문서 개정이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기시다 내각의 후속조치도 발빠르게 진행됐다.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2023년 방위 예산을 올해보다 약 25%나 증가한 6조8000억 엔(약 65조 원)으로 증액했다.
윤석열 정부, 일본의 '전수방위' 무력화 지지하나
전수방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시도는 아베 내각이 등장한 이후 끈질기게 추진돼 왔다. 일본이 식민지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수방위 원칙을 흔드는 것은, 식민지 당사국인 우리나라로서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 달리 한일 군사협력에 정성을 쏟고 있다. 그러나 한일간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일본이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군사협력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지난 11월 6일 진행된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관함식에서 우리 해군이 욱일기에 경례한 것과 관련해 우리 국민의 60.7%가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답한 바 있다('미디어토마토' 60차 정기 여론조사).
일본의 안보전략 개정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반격 능력을 "전수방위 개념을 변경치 않으면서 엄격한 요건 내에서 행사"한다는 일본의 입장을 근거 없이 비호하고 있다. 또한 "한반도 대상 반격 능력 행사와 같이 한반도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사전에 우리와의 긴밀한 협의 및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 정부의 희망 사항일 뿐, 일본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한국, 일본의 '선제적 반격' 통제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