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땅벌.땅벌류에 쏘이면 하루 정도 아픔이 지속된다.
이상헌
또 다른 의미로 와스프는 말벌을 뜻하기도 한다. 여러 번역서를 읽다 보면 역자가 곤충에 관한 지식이 빈약하여 엉뚱한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아서 혼동이 되고는 한다. 이 기회에 알아두자. 영어권에서 두루 통용되는 말벌의 일반명이 wasp인데 주로 몸집이 작은 땅벌류를 지칭하고 덩치가 큰 말벌은 따로 호넷(Hornet)이라고 부른다.
뒤영벌과에 속한 꿀벌 종류는 'bee'라고 칭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법학교 교장인 덤블도어(Dumbledore)는 호박벌의 옛 이름이다. 변신 로봇 영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Bumble bee)도 뒤영벌속 호박벌을 뜻한다. 어리호박벌은 목수벌(carpenter bee)인데 죽은 나무에 구멍을 뚫고 집을 짓기 때문이다.
쌍살벌은 종이처럼 얇고 가벼운 벌집을 만들기에 paper wasp(종이집벌) 라고 한다. 거미를 잡는 대모벌은 spider wasp(거미잡이벌), 호리병벌은 potter wasp(옹기장이벌). 땅굴을 파고 둥지를 꾸미는 나나니벌은 sand wasp(모래파기벌). 그 외에 인간하고 관련이 많은 종은 따로 이름을 붙인다. 땅벌은 yellow jacket(노랑줄무늬벌), 가위벌은 식물의 잎을 잘라서 보금자리를 지으므로 leafcutter(잎베기벌). 화려한 금속성 외관을 가진 청벌류는 jewel 혹은 emerald wasp(보석벌) 라고 칭한다.
장수말벌은 오직 땅굴 속에만 집을 짓는다
사람은 잘 모르는 대상에 관해서는 숭배 아니면 공포로 반응한다. 보통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말벌이 그렇다. 건물의 처마 밑에 흔하게 집을 짓는 벌이 쌍살벌 종류로서 말벌로 착각한다. 119에 신고되어 제거되는 벌집의 상당수가 쌍살벌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