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월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17년 7월 26일부터 시행된 현행 대통령경호법 제15조는 경호처장이 관계기관에 대해 "그 공무원 또는 직원의 파견이나 그 밖에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처럼 대통령경호법에서는 '협조 요청권'만 부여한 데 비해, 하위법인 시행령의 개정안에서는 훨씬 강력한 '지휘감독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것도 "군·경찰 등 관계기관의 공무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는 표현을 씀으로써 경호처와 군·경의 서열을 명시적으로 정리했다.
하위법이 상위법을 구체화기보다는 하위법이 상위법보다 막강해지도록 해놓는 이 같은 시행령 개정이 과연 균형에 맞는 일일까?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법률을 개정하려 하지 않고 법률 밑의 시행령을 고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법률 개정 효과를 도모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패턴이 이번 일에도 나타난다.
김용현 경호처장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주도했다. 바로 이 용산 이전과 관련해 이번 시행령 개정의 입법취지를 합리화하는 논리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청와대와 달리 용산 대통령실은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이 쉬워 불특정 위험으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하자면 관계기관들의 공조 필요성이 더욱 클 수밖에 없어 경호처의 지휘·감독권을 명문화하게 됐다고.
청와대 경호와 달리 용산 경호에는 더욱 많은 관계기관과의 협조가 필요하므로 경호처의 법적 권한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는 언뜻 들으면 타당한 듯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보면, 대통령 호위를 위해 경호처와 협력하는 관계기관들은 의례히 경호처의 지휘·감독을 따랐다.
용산 이전으로 인해 더 많은 관계기관과의 협조가 필요해졌다 해도, 새롭게 가담할 관계기관들이 대통령경호처의 권한에 도전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이제까지 군·경도 경호처에 협조해왔는데, 여타 기관들이 경호처를 따르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대통령경호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이번 개정이) 권한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권한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든 없든, 이번 개정으로 경호처의 위상과 권한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경호부대 강화의 위험성
대통령 경호부대가 이렇게 강화되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나오는 말이 '지도자의 신변을 보호하고 호위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지만, 경호부대 강화는 지도자의 불안과 불신을 반영할 때가 적지 않았다.
경호부대를 포함한 모든 군대는 국가지도자의 지휘하에 있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들은 자신이 군대 전체의 존경을 받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했다.
일부 지도자들은 경호부대의 권한을 특별히 높이기도 했다. 이런 조치는 민중에 대한 불안감이나 군대에 대한 불신감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지위에 자신감이 있는 지도자들은 이런 행동을 잘 하지 않았다. 경호부대를 강화하는 것은 불안한 지도자들이 곧잘 빠지기 쉬운 유혹이었다.
친위부대를 특별히 강화하는 행동은 일반 민중뿐 아니라 기득권세력 혹은 정부군 내에 지도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만한 일이다.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조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