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제23차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윤석열 대통령이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힌 미국의 인태 전략에 보폭을 맞추는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한편, 기존의 인태전략과 차별성을 갖는다고도 홍보되고 있다. 군사 안보보다는 경제에 치중하고 중국 견제보다는 아세안 중시에 방점이 찍힌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날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 때 윤 대통령은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통해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임으로써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협력적·포용적 경제·기술 생태계를 조성해서 공동 번영을 달성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12일자 <중앙일보>에 따르며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인태전략은 미·중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특정국을 배제하거나 고립시키는 대결 구도와는 무관하게, 핵심적이고 전략적 요충지인 인태 지역 내의 협력과 공존을 도모하기 위한 비전"이라고 소개했다.
이같은 우리 정부의 인태전략은 과연 '독자적'이라고 언급할 만큼 기존 미·일의 인태전략과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을까.
인도·태평양 개념 만든 일본의 목적도 결국 '경제'
인도태평양전략은 지금은 미국의 세계전략이 돼 있지만, 이를 창안해 미국에 제의한 쪽은 아베 신조 내각이다. 2016년 8월 아베 신조 총리가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개념을 천명했고, 이에 따른 세계전략이 2017년 11월 미일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됐다.
아베 내각이 인태전략을 구상한 일차적 목적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아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태전략을 군사적 압박용으로 활용했지만, 아베 내각이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은 경제적 이익의 수호였다.
해상굴기로 표현되는 중국의 해양정책이 팽창될 경우에 인도양과 태평양에 걸쳐진 일본의 중동 원유 수송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아베 내각의 우려였다. 아베판 인태전략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 팽창을 억제함으로써 그런 위험성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이 캄보디아에서 경제를 강조한 것처럼, 아베 역시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인태전략에 접근했다. 경제를 중시한다는 면에서는 한국판이나 일본판이나 다를 바 없다. 대통령실 브리핑에 사용된 '우리의 독자적인 인도태평양전략'이란 표현은 과장됐다고 할 수 있다.
모두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라면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협력 필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아세안은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입니다. 아세안 중심성과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을 확고하게 지지하면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심화·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아세안 중심성'을 한국판 인태전략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언급이다. 한국판 인태전략이 중국을 견제하기보다는 동남아와의 협력에 방점을 두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발언이다. 이 때문에 한국판이 미국판과 다르다는 인상을 가질 수도 있다.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도 윤 대통령의 아세안 언급을 비중 있게 소개하면서 "윤 대통령은 이러한 우리 인태전략의 비전과 원칙을 바탕으로 핵심 파트너인 아세안에 특화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한·아세안 연대 구상도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미국도 '아세안 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