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문청계천 변에 면한 입지 특성으로, 마장 축산물시장을 상징하는 곳으로 인지되어 있다.
이영천
공간은 소처럼 우직하고 순하며, 정직하고 건강하다. 예전의 불미스러운 풍경이나 모습, 기억은 모두 사라졌다. 품질도 뛰어나다. 상인들이 조합을 만들어 정화 운동을 벌인 덕분이다. 위생과 시설은 물론 정품, 정량, 정찰제가 이 공간이 추구하는 모토다.
인프라도 개선되어 도로와 위생 설비, 중앙 통로는 물론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대를 잇는 젊은 상인도 많다. 이들의 활약으로 예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 공간의 꽃은 아무래도 뼈를 추리고 부위별로 나누는 정형이다. 정형은 눈과 손, 훈련을 통해 전수된다. 가장 힘들고 위험한 작업으로 상품으로써 고기 품질을 좌우하는 기술이면서, 마장동이 마장동이게끔 지탱해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선배와 후배는 형제처럼 사이가 돈독하다. 잘 우려낸 고깃국물처럼 깔끔하고 담백하며 진솔한 풍경이다. 정(情)으로 연결된 관계다.
공간의 아이러니
도축장이 들어선 1960년대 초, 냉동·냉장 시설은 부족했고 운반용 냉동 차량도 없었다. 이런 시대 여건은 도축장 부근에 축산물시장 형성이 가능케 한 요인이었다. 그날그날 갓 잡은 고기는 최고의 품질로 빠른 배달과 소비가 필수적이다. 이런 요인이 한곳으로 도매업의 집적을 이끌었다. 소비처로 빠른 배달이 사업 성패를 가르는 필수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청계천 변 허름한 판잣집에 잡고기와 함께 부속을 판매하는 시장이 형성된다. 가격 부담도 낮아 자연스럽게 사람이 몰려온다. 1968년 청계천 건너 용두동에 들어선 마장시외버스터미널은 경기도 곳곳으로 신선한 고기가 실려 나가는 기틀이 된다. 신선도가 생명인 육류 유통의 숨통이 트인 셈이다. 시장 확산의 일등 공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