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부모탐구 미니콘' 두번째 전문가 패널은 하이토닥 아동발달상담센터 정유진 소장님이었습니다.
@자람패밀리
"왜 정답을 쫓느냐고요? 불안하니까요."
정유진 소장님은 "부모들이 SNS에 남겨주시는 댓글이나 센터에서 만나서 하시는 질문이 갈수록 디테일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로 서두를 열어주셨습니다.
예전에는 '우리 아이가 너무 떼를 부리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물으셨다면 요즘은 '아이가 떼를 부려서 네가 이렇게 떼를 부리면 나는 원하는 걸 해주지 않을 거야라고 했는데 이게 적절한 말인가요?'라고 묻는다는 겁니다. 그만큼 더 구체적인 정답을 원하고 부모인 자신에게도 '정답대로' 해야한다고 요구하는 거지요.
부모들의 이러한 심리에 대해 정 소장님은 '불안'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과거에는 '육아는 정답이 없다'고 했지만 요즘은 미디어가 앞장서서 '이게 정답'이라고 알려 줍니다. 정보가 많고 공유도 편해진 시대지요. 반면 부모들은 바쁩니다. 정답을 직접 찾을 여력은 없는데 미디어에서 정답이라고 알려주니 마음이 끌릴 수밖에요. 그러다 어느 순간 정답을 놓칠까봐 불안해집니다.
하지만 '정답'처럼 이야기되는 모든 것들이 진짜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매 순간 정답대로 하지 못한다고 해도 큰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정 소장님은 부모들이 가장 흔하게 듣고 있는 정답의 예시인 '애착 형성의 과정'을 예로 들어 설명해주셨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가 자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엄마가 분유를 먹여주면 '아, 내가 나한테 분유를 먹이고 있구나'. 엄마가 안아주면 '내가 나를 안아주고 있구나' 식으로 생각을 하죠. 엄마와 자기를 분리시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생후 6개월 정도에 기기 시작하며 엄마를 자기와 다른 사람으로 인지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엄마를 '엄마'라는 하나의 대상으로 인지하는 게 아니라 '좋은 엄마' 그리고 '나쁜 엄마'로 분리해서 인지합니다.
울면 바로 안아주는 좋은 엄마, 졸릴 때 재워주는 좋은 엄마. 반대로 울어도 안아주지 않는 나쁜 엄마, 배가 고파도 분유를 늦게 주는 나쁜 엄마와 같이 내가 원하는 걸 해주면 좋은 엄마, 해주지 않으면 나쁜 엄마로 나눠서 받아들이는 겁니다.
여기까지 말씀을 드리면 부모들은 '좋은 엄마'가 되려고 합니다. '좋은 엄마'가 아니면 '나쁜 엄마'가 되니 긴장이 되지요. 그런데 아이는요.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는 무수하게 쌓아온 좋은 엄마의 순간들이 있고, 그 순간들은 아이 안에 쌓여있습니다.
아이는 울 때 안아준 엄마, 졸릴 때 재워주던 엄마, 배고플 때 분유를 주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분리 되어 있던 나쁜 엄마와 좋은 엄마가 통합되는 단계를 거치며 '내가 울어도 엄마가 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올 때가 더 많아. 우리 엄마는 대체로 좋은 엄마야'라고 균형을 가지고 대상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나쁜 엄마인 순간에 그동안 쌓아온 좋은 엄마의 순간들이 애착을 회복하는 힘으로 작동하는 겁니다.
정 소장님은 "아이들에게 본의아니게 짜증을 내는 순간이 있고, 지쳐서 아이들의 요구를 바로바로 들어주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나 역시 '나쁜 엄마'인 순간이 있는 엄마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어 "그럴 때마다 후회하고 자책했지만 그 순간들 때문에 아이들의 애착이 손상되진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 훨씬 더 많았던 최선을 다한 순간들이 애착을 회복시키는데 충분하다는 걸 아이를 키우며 경험으로 익혔다"고 하시며 "부모들은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 최선은 애착을 회복시키는 힘으로 쌓이고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고 당부하셨습니다.
몇 번의 실패가 육아를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정답을 지키지 못했다고 '나는 망했어', '나는 부모자격도 없어' 하며 좌절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부모인 우리에게는 숱한 날들이 있습니다. 실패를 회복하는 힘이 부모인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쌓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