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서초등학교 천경호 선생님이 '2022 부모탐구 미니콘: 요즘 부모'에서 '관계'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자람패밀리
"왜 외롭냐고요? 심리적 안전지대가 줄어들었으니까요"
천경호 선생님은 몇 가지 통계를 들어 설명하셨습니다. 우선 작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세계 최저 수준인 0.81이었습니다. 그만큼 아이를 둔 가정이 줄었습니다. 이 말은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고충을 이해해주는 사람들 역시 줄었다는 뜻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78.3%(2021년 기준)입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는 층간소음 분쟁이 끊이지 않지요. 이웃이 있어서 든든한 게 아니라 이웃이 있어서 조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웃간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족의 크기도 작아졌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평균 가족구성원이 5명에 달했는데, 지금은 2.9명입니다. 외동인 아이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많습니다. 친척 간에도 소홀합니다. 친족을 누구까지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직계가족까지', '3촌까지'라는 응답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친척 간의 왕래가 없다는 말입니다.
천 선생님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고, 있더라도 오히려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들이 선택한 대안은 SNS 또는 맘카페 등 온라인 매체. 온라인 상에서 또래를 키우는 부모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고충을 나눕니다. 그런데 온라인은 한계가 있어요. 비언어적 표현들이 전달되지 않으니까요.
같은 문장을 보더라도 정확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안에서 많은 갈등들이 생기죠. 어려움을 토로했을 때 위로받고 지지받지 못 할 수도 있고, 오히려 상처받고 가정 안으로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경우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정에서만 외로운 건 아닙니다. 사회도 다르지 않아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생길 만큼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인 채 가정으로 돌아오죠. 그 상태에서 가사 부담, 육아 부담이 얹어지니 쉽게 소진될 수 있습니다.
부모들의 심리적 안전지대가 확보될 때 많은 고충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심리적 안전지대를 확보할 환경과 생활양식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더불어 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자조 집단을 형성하고 교류하는 등 개인적 차원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어떤 '관계'를 가르치고 계십니까?
비슷한 맥락에서 아이들에게도 사회적 상호작용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적게 태어나고, 친척이나 이웃과의 교류도 없는 지금 시대에서는 아이들이 또래를 만날 기회가 적으니까요.
천 선생님은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한자어로 배울 학, 학교 교를 쓰고, 학교 교는 나무 목자에 사귈 교자를 쓴다. 자연에서 친구와 사귀는 법을 배우는 곳이 바로 학교"라고 하셨습니다.
학교에서 우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학교 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천 선생님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른의 입장과 목표에 매몰되면 아이들에게 '폭력적 시선'을 학습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 학교 폭력 예방 교육에서 아이들에게 '너를 때리는 친구가 있니?'라고 묻는다는 겁니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아이는 스스로를 피해자로 가정해야 합니다. 반 친구 모두를 가해자로 가정하는 연습을 하게 되는 겁니다. 질문을 바꾸어서 '친한 친구가 있니?' 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친구를 떠올립니다.
그 친구랑 왜 친하냐고 물으면 '같이 등하교를 해서', '먼저 사과를 해줘서', '내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어줘서' 등 이야기를 하죠. 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같이 등하교하는 친구가 있니?'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친구가 있니?' 라고 물으면서 우정을 가르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부모들에게도 같은 제안을 하셨습니다. 질문은 아이들의 생각의 방향, 사람을 대하는 관점에 영향을 미치니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해보자고 하셨어요.
아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떤 질문을 하시나요? '오늘 학교에서 어땠어?'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땠어? 무슨 일 있었어?' 라고 물어보면 나쁜 일이 먼저 떠오릅니다. 나쁜 일은 다시 경험하기 싫기 때문에 기억해 둬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할 수 있으니까요. 너무 자연스럽게 나쁜 일만 기억하게 되죠.
'오늘은 어떤 좋은 일이 있었어?' 라고 물어보면 좋은 일을 떠올리게 됩니다.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둔 질문을 계속 받고, 답을 하다보면 타인을 바라볼 때도 자신에 대해서도 약점보다 강점을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