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 바네사 우즈
디플롯
저자는 다른 사람 종들이 멸망하는 와중에 호모 사피엔스를 번영하게 한 이유로 초강력 인지능력을 들고 있는데, 이는 협력적 의사소통능력인 '친화력'을 뜻한다. 인간과 98%의 유전자 유사성을 보이는 침팬지는 결코 할 수 없는 일, 즉 하나의 공동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의도로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이 우리 종이 끝까지 남아 번영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다른 똑똑한 인류가 번성하지 못할 때 호모 사피엔스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특정한 형태의 '협력'에 더 출중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다정함'을 '일련의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인 협력, 또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정의한다. 인간 사회에서 다정함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누군가와 가까이 지내는 단순한 행동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어떤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협력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등의 복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p.20).
이러한 호모 사피엔스의 다정함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이웃들의 모습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특성이다. 내 가족을 돌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아와 폭력에 내몰린 먼 지구촌 이웃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봉사활동을 자처하는 다정함이 우리 종의 특성인 것이다.
야생의 늑대나 고양이가 가축화를 통해 두려움과 공격성이 감소되면서 협력적 의사소통과 같은 사회적 기술을 더 유연하게 습득할 수 있었다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더 관심 가는 대목은 사람에게도 가축화된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징후들이 발견된다는 점이었다.
리처드 랭엄은 이를 자신의 저서, <악마 같은 남성>에서 '자기 가축화'라 칭했으며, 인간에게도 사회화 과정에서 공격성 같은 동물적 본성이 억제되고 친화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가설(사람 가축화 가설)에 따르면, 우리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는 친화력을 느끼는 반면, 그 범위 밖의 외부인에 대해서는 비인간화 하는 능력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한없이 다정한 우리가 비인간화한 외부 집단에 대해서는 그토록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특정 집단을 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해한다는 이유로 '폭도', '괴물 집단'이라 명명하고 그들에 가해지는 국가적인 폭력에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내가 속하지 않은 외부 집단에 대한 비인간화를 통해 또 다른 폭력을 정당화하는 일을 우리는 방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저자는 집단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길은 결국 접촉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행동의 변화이며, 이는 태도의 변화를 가져다준다고 강조한다. 결국, 집단 간에 연대하고 공감하는 길만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리라.
저자의 마지막 문장대로,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다른 똑똑한 인간 종이 아니라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며 앞으로도 우리 종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더 다정한 새해 프로젝트 리커버)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지은이), 이민아 (옮긴이), 박한선 (감수),
디플롯,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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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은 공립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더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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