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엔무사원의 팔각구층탑티엔무사원은 후에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으로 탑뿐만 아니라 틱광득스님이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졌다.
운민
응우옌 왕조의 왕궁을 지나 후에의 남북으로 가르는 흐엉강을 따라 서쪽으로 간다면 제법 높은 팔각형의 탑이 우리를 마주하고 있다. 이곳이 후에의 대표적인 사찰 티엔무 사원이다. 1601년에 건설된 이 사원은 '하늘의 신비한 여인'이라는 뜻인 티엔무(天姥)라 불렸으며 응우옌 왕조의 건국과 연관이 높은 왕실사원이다.
우리의 사찰과 달리 베트남의 사원은 보통 탑을 절 앞에 배치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이 사원의 탑 자체도 큰 볼거리지만 나에게는 절 한편에 전시된 낡은 하늘색 오스틴 자동차에 더 눈길이 갔다. 부패한 남베트남 정권에 항의했던 틱꽝득 스님이 사이공으로 향할 때 탑승했던 차라고 한다.
베트남에 전운이 감돌던 1963년 남베트남에서는 초대 대통령 응오 딘 지엠이 무자비한 독재를 휘둘리고 있었다. 그는 독립운동가 출신이고 호찌민 못지않게 명망이 있었지만 정권을 잡고 나서 많은 관료들을 자기의 친인척으로 채웠고, 농지개혁 등의 정책 실패로 갈수록 인기가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천주교를 옹호했던 대통령은 시위에 참여한 승려를 사살할 정도로 종교탄압이 극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틱꽝득 스님은 사이공으로 내려가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지르는 분신 공양을 감행했다. 그 사진과 영상이 베트남은 물론 전 세계로 퍼지면서 응오 딘 지엠 정권은 몰락하게 되었고,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 명분도 사라졌다.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는 티엔무 사원을 나와 역사를 거슬러 강을 따라 가보기로 하자.
이 강가에는 7명의 응우옌 왕조의 황제가 저마다 개성 넘치는 능역을 건설했다. 그중 민망, 뜨득, 카이딘 황제의 릉이 답사객들 사이에서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유적으로 알려졌다. 가장 초입에는 뜨득 황제의 릉을 만나게 된다. 겸릉이라고 불린 이 황제의 릉은 숲과 호수가 어우러져 왕릉보단 또 하나의 궁전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자아낸다.
응우옌 왕조의 4대 황제인 뜨득 황제는 제위기간이 36년으로 가장 길었다. 그러나 그의 제위기간 중 프랑스의 침략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고, 그는 속수무책으로 식민지로 전락해가는 베트남을 막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