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쌀국수 하노이의 쌀국수는 다른 지방의 쌀국수에 비해 맑고 담백하다. 베트남식 꽈베기인 꾸이에 함께 곁들어 먹기도 한다.
운민
베트남 사람들은 아침부터 '쌀국수'를 찾는다
하노이에 첫 발을 디딘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찾는 음식이 단연코 '퍼'라고 생각한다. 흔히 베트남 쌀국수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 '퍼'는 기본적으로 소고기 육수를 우려서 만들어낸 퍼보(소고기 쌀국수) '퍼' 뒤에 들어가는 재료마다 명칭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닭고기 가(ga)가 들어가면 퍼가가 되는 것이고, 채소를 뜻하는 차이(chay)가 들어가면 야채 쌀국수가 되는 것이다. 이 퍼의 유래는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원래 하노이 남쪽 쌀이 유명한 고장 남딘에서 노동자들이 고깃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것이 시초가 되었고, 프랑스의 포토푀라는 스튜가 현지화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프랑스의 스튜 포토푀는 고기를 조려서 만들어먹는 요리고, 그 과정에서 남는 육수는 하노이의 업자들이 수거해서 거기에 면을 넣어 만들어 먹은 게 오늘날의 퍼라고 전해진다. 퍼 국물을 우려낼 때 구운 양파와 생강 등을 넣는 방법도 프랑스 요리의 기법이고, 이렇게 만들어진 퍼는 베트남 전쟁을 거쳐 미국에 이민 온 베트남 사람들에 의해서 점차 세계적인 요리로 발전해 나갔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노이에서 우리가 먹는 퍼를 기대한다면 생각과 다른 맛이 날 수도 있다. 하노이의 퍼는 대체적으로 다른 나라, 지역의 쌀국수보다 담백하면서 면의 식감이 흐물거리는 듯하다. 물론 퍼를 파는 가게마다 특성이 전부 다르고 동네마다 비법이 전부 다르다 하니 이곳저곳 가보는 것도 좋겠다.
사실 퍼는 우리가 면을 점심에 주로 먹는데 반해 베트남 사람들은 아침이나 새벽에 주로 즐기는 음식이다. 새벽부터 일찍 일에 나서는 베트남 서민들을 위해 대부분의 퍼가게는 새벽 5, 6시부터 문을 활짝 연다. 관광객용이 아닌 퍼 식당은 10시가 넘어가면 문을 닫는 경우가 많고, 육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탁해진다.
한 번쯤 일찍 서둘러서 그들과 어울려 신선한 퍼 육수와 함께 하루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퍼와 함께 하노이를 대표하는 음식은 바로 분짜다. 우리가 고기에 냉면을 곁들여 먹는 것을 즐기기에 얇은 면인 분을 숯불고기에 곁들어 새큼한 소스를 찍어 야채와 함께 먹는 요리인 분짜는 익숙하면서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