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옥선 사당의 거북이응옥선 사당에는 호안끼엠 호수에서 발견된 거북이의 박제가 전시되어 있다.
운민
베트남은 리 왕조를 거쳐 쩐 왕조, 호 왕조로 이어지며 몽골의 수차례 침략, 참파의 도전도 물리치며 자주국가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1408년 명나라에 의해 호 왕조가 멸망함으로써 베트남은 다시 합병되는 운명이 되었다. 그때 레러이(여이)라는 사람에 의해 치열한 전투를 펼치면서 결국 독립을 이루어낸다.
레 왕조의 시조 레러이가 명과의 전투 중 호안끼엠에서 큰 거북이가 칼을 물고 나타나서 레러이에게 바치고 그 검으로 명을 국경 밖으로 쫓아내고 만다. 후에 거북이에게 검을 돌려주었다고 해서 이 호수의 명칭이 환검, 즉 호안끼엠으로 정해진 까닭이다.
전설 같은 이야기를 증언하듯 호안끼엠 호수에는 곳곳에 그와 관련한 유적이 두루 분포한다. 호수 가운데에는 Thap Rua라 불리는 거북이 탑이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고, 호수의 북쪽의 작은 섬에 위치한 응옥썬 사당에는 이 호수에서 잡혔다는 2마리의 거대한 거북이 박제가 보관되어 있어서 과연 거북이들이 사는 호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붉은색 다리를 건너야 닿을 수 있는 응옥썬 사당은 지금도 많은 현지인들의 방문으로 붐비고 있다. 이제 호수를 넘어 프랑스 양식의 건물들이 모여 있는 동편으로 천천히 걸어서 이동해 보기로 한다. 명색이 베트남의 수도 중심가라 신호등이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지만 그 신호를 제대로 준수하는 차도 오토바이도 사람도 보기 힘들다.
오직 각자의 교통흐름에 맞춰 각자의 길로 나아가면 된다. 이 기묘한 질서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원활하게 유지되고 있다. 다만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이 흐름을 읽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오기가 일쑤다.
이제 프랑스 식민정부의 세종로라 할 수 있는 짱 띠엔 거리를 따라 천천히 거닐어 본다. 초입에는 프랑스가 1900년 인도차이나 식민지 체계를 완성한 후 건설한 대형 고급 백화점인 짱 띠엔 플라자가 자리해 있다. 거리 끝 편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와 함께 대표적인 건축물로 식민지 시대를 상징하는 건물로 지금까지 존재한다.
현재도 고급 백화점으로 2013년 대대적인 리뉴얼로 재탄생한 백화점은 지금까지 봐왔던 서민적인 하노이와 이질적인 광경을 만들고 있었다. 현재도 이 거리를 따라 명품 숍들이 늘어서 있고, 보행자 도로도 충실히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그런 거리 가운데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줄줄이 들어서는 가게가 하나 있는데 수십 년 동안 하노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짱 띠엔 아이스크림이 바로 그곳이다. 오토바이 주차장까지 따로 구비된 짱티엔 아이스크림은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 하노이 남녀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라고 한다.
이제 오페라하우스로 가서 하노이의 남은 이야기를 펼쳐 가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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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팟케스트 <여기저기거기>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obs라디오<굿모닝obs>고정출연, 경기별곡 시리즈 3권, 인조이홍콩의 저자입니다.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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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 프랑스 노트르담과 비슷한 성당이 있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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