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8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두 장면을 비교한 건 한동훈 장관의 화법과 논리 때문이다. 화법이나 화술 속에 담긴 논리는 그 사람의 철학을 대변하기 마련이다. 한 장관은 명실상부 '스타 장관'이다. 지난달 초 차기 정치 지도자를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범보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전 정부 탓', '투명성 및 업무 효율성',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화법 속에 드리워진 궤변. 민정수석실 폐지 및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검찰총장 임명 지연 등을 위시해 법무부 및 검찰을 완전히 장악한 한동훈 장관이 그간 언론에서 보여준 자신만만한 화법의 요체다. 전 법무부 장관과의 질의응답 장면은 그 절정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답게 한 장관이 앞세우는 기본 전제도 '전 정부 탓'이다. '정권을 교체당한 문재인 정부 정책은 모두 실패했고 잘못됐다'는 강한 자신감이 깔려 있는 듯하다. 민정수석실 폐지가 단적인 예다. '민정수석 출신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실패했다'는 전제를 근간으로 한다. 인사정보관리단이 "기존 청와대의 음성적 검증을 투명화한다"는 한 장관의 주장도 같은 맥락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같은 논리라면, 임기 초반 전광석화 같은 민정수석실 폐지 및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이야말로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논리를 통해 설득력을 부여해야만 했다. 단순히 '전 정권 탓'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이야말로 법무부-민정수석실 직보 등 역대 정부하에서 벌어졌던 밀실 인사 등의 폐해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혁신 의지에 기반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 장관은 오로지 '전 정권 탓'을 통해 과거 청와대의 잘못만을 부각시킬 뿐이다. 반면 국민들은 부패한 민정수석의 대명사로 '국정농단 우병우'를 기억하는 중이다. 그 우병우 전 수석은 한 장관의 검찰 선배다. '김학의 사건'을 필두로 전 정부를 거치며 땅에 떨어진 검찰에 대한 신뢰는 검사 출신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으로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다.
한 장관을 필두로 그 검사 출신들이 장악한 법무부가 인사 검증을 '음지에서 양지화'시킨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신뢰하기는 쉽지 않다. 검찰 고위직은 물론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 측근을 배치한 현 정권이 투명한 인사와 철저한 검증을 완수했다면, 취임 100일도 안 돼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할 일도, 대통령 부정 평가 요인으로 '부실 인사'가 첫째로 꼽히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박범계 의원 말마따나 "법무부 장관은 18명의 국무위원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 국회를 무시한 '시행령 정치'로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도, 대통령 비서실장도, 대통령실 수석들까지 전방위적으로 검증할 수도, 검증해서도 안 될 것이다.
궤변과 오만
'전형적인 궤변론자의 특징은 과거 특정 사실을 단순화하고 심지어 허위도 들어가 있다. 대화나 말투에 기세도 있으니까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전제가 거짓이면 형식 논리는 따를 필요도 없다. (한 장관의 화법이나 논리는 대체로) 전제가 남 탓이고, 거짓이거나 허위도 포함돼 있다.'
지난달 29일, 미디어비평가이자 언론학자인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tbs <정준희의 해시태그>에서 한 장관의 화법을 이런 취지로 평했다.
수시로 법 원칙을 앞세우는 한 장관이 화려한 언변과 넘치는 자신감을 통해 지우고 희석화시키는 것은 보수언론마저 지적하는 '검찰독재'에 대한 우려다. 안타까운 현실은 폭락한 지지율로 현실화된 국민적 우려를 한 장관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그건 '윤핵관'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반면 7월 29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28%를 기록한 후 8월 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에서도 긍정 평가가 28.9%로 나타나면서 계속해서 30%대 선이 무너지고 있다. 국민들이 '스타 장관'에게서, '윤핵관'에게서, 휴가 떠난 대통령에게서 보고 있는 것이 오만과 독선이라는 방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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