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지지율 폭락의 원인 중 하나로 주요하게 꼽히는 것이 바로 출근길 문답이다. 건들건들한 자세 등은 개인의 습관이라 치자. 하루가 멀다고 "전 정권 탓"을 일삼는다.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는 어록도 탄생했다. 주요 현안을 '패싱'하기 일쑤다. 그마저도 내키지 않으면 중단한다.
실언만이 아니다. 국민들이 졸지에 매일 카메라 앞에 선 대통령의 태도 및 자세를 검증하게 됐다. 이를 두고 <한겨레21>은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빌려 윤 대통령이 "아침마다 기자들 만나는 걸 낙으로 생각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논란을 자처하고 지지율을 까먹은 것이 윤 대통령 본인임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들도 윤 대통령의 이런 실언에 익숙해졌다. "주 120시간 노동", "저출산 원인은 페미니즘의 정치적 악용", "전두환,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 등등 대선 후보 시절 그의 입은 논란 제조기라 불릴 만했다. 그리고 그 발언들이 집권 직후 고스란히 정책에 반영되는 중이다.
최근 윤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도저히 대통령이 여당 권한대행에게 보낼 만한 표현이라 여겨지지 않는 "내부 총질"이란 문자 또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적 신뢰를 잃기 마련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말과 글에서 정부의 국정철학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중이다.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언론과는 긴장 관계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매달리는 것이 '대국민 홍보'다. 김건희 여사가 지속적으로 논란을 자처하면서도 '인스타그램 정치'에 매몰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지지자들에게 '좋아요'를 받고, 우호적인 언론이 쏟아내는 단발성 기사가 여론의 전부라고 여겨선 곤란하다. 김 여사가 소셜 미디어에 전시하는 명품 의류나 우아한 일상을 '영부인의 품격'과 동일시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나. 많은 국민들은 대선 전 공개됐던 <서울의 소리> 녹취록 속 김건희 여사의 목소리와 거침없는 주장들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문자 파문' 원인 제공자 중 하나인 '윤핵관' 권성동 대행은 어떤가. 사적 채용 의혹을 해명하며 쏟아낸 연이은 실언은 국민들에게 오만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윤핵관'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장제원 전 당선인 비서실장이 18일 양자 회동에서 "말씀이 거칠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라며 저격에 나섰을까.
여기에 극우 정당을 이끌며 과격한 주장과 막말을 일삼던 정치인이 권 대행 의원실에서 일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권 대행은 자신은 몰랐다는 취지로 "대통령실이 추천했다"고 해명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대통령실의 추천 자체도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이 명명백백 밝혀야 할 사안이다.
아울러 문자 파문의 출발이 이준석 대표 성상납 의혹이었다는 사실도 암담하긴 마찬가지다. 대통령을 위시해 현 집권여당이 자랑 중인 '통치의 품격', '정치의 품격'이 이 정도다.
예견됐던 지지율 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