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고는 배울 게 참 많습니다.
priscilladupreez, Unsplas
- 첫째 아이가 부쩍 사춘기에 다가가는 것 같아요. 사춘기 부모로서 저는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아서 슬슬 불안해져요. 좋은 부모가 되려면 뭘 더 배워야 할까요?
"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게 뭔지 궁금하신 거지요? 저도 그게 참 알고 싶었어요. 그 출발점에 대해 저에게 인사이트를 준 이야기가 있으니 들어보세요.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조각품으로 유명한 프랑스작가 오귀스트 로댕에게 사람들이 '평범한 돌덩이에서 어떻게 저렇게 살아 숨쉬는 것같은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로댕이 대답해요. 나는 단지 돌에서 불필요한 부분만을 덜아냈을 뿐 입니다'라고요.
대학원 수업 때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인데 로댕이 진짜 이렇게 말을 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가 좋은 부모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 네에? 이 이야기는 좋은 부모가 되는 것과 연관이 없을 것 같은데...
"지금 아연님은 로댕에게 질문했던 사람들과 비슷한 가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요. 사람들은 로댕이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작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연님은 좀 더 많은 육아 지식을 배우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내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지요?"
- 네. 부모로 사는 건 매일 새롭고, 매일 모르는 게 나타나니 계속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로댕은 다른 관점으로 설명하지요. 내가 뛰어난 기술이 있거나 엄청난 노력을 해서 명작을 만들어 낸 게 아니라 돌덩이는 이미 걸작을 품고 있었고,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니 감춰져 있던 모습이 드러났다고요."
-그 말은 저도 이미 '좋은 부모'라는 걸작을 품고 있는데 모르고 있다는 건가요?
"네. 우리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자는 거예요.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되기에 충분한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어요. 저는 그걸 '부모성(父母性)'이라고 불러요. 부모는 무언가를 더 채워야 하는 부족한 대상이 아니라 이미 충분한 힘을 가진 존재에요. 무언가 불필요한 것들에 덮혀 그 힘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부모인 내가 나 자신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에 따라 많은 게 바뀌어요. 나는 부족하기에 더 채워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충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정말 그렇거든요."
- 내가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 이미 충분한 사람이라니 뭔가 느낌이 달라요. 그동안은 '뭘 더 알아야 하지? 뭘 더 배워야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제 안에 훌륭한 부모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어디 숨어 있는지 잘 찾아보고 싶어져요.
"이미 드러난 부분도 있고, 무언가에 덮혀 드러나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요? 우리 한 번 같이 찾아봐요. 아이가 첫 걸음마를 시작하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그때 어떠셨어요?"
부모인 내가 놀라웠던 순간